[데스크 창]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016-11-15 19:00
12일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든 100만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민주공화국’ ‘국민주권’을 외쳤다. 너무나 당연한 진리였기에 잊고 있었던 이 헌법1조를 외치며 분노와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념적 성향과 계층을 떠나 민주국가의 기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금 일깨운 계기가 된 것이다.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와 초등학생, 중고생을 포함한 남녀노소가 모두 촛불로 하나가 되어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일개 개인이 국정을 농단하고 국가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이 공모하거나 방치해 국가를 뜯어먹은 이 기막힌 현실에 국민들은 헌정 질서의 위기를 느낀 것이다.
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물론 딸 정유라의 입학·학사 과정 특혜 의혹, 차은택과 김종덕 전 문화부 장관·김종 문화부 차관·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등이 주도한 문화계 비리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주도한 강제 모금 의혹 등 여러 갈래의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상황이다.
이들 국가부패구조를 종횡으로 엮는 정점 고리는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진작 물러났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권력의 한 자락을 꽉 쥐고 놓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도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다. 반공화국․초헌법적 국정농단을 저지른 부패 권력은 또다시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한다. 안보와 경제 위기가 엄중하기 때문에 국정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논리로 말이다.
진정성 없는 사과와 거국 내각 구성 제안, 검찰조사 퍼포먼스로 지금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더더욱 성난 촛불 민심에 기름을 끼얹게 될 것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작가 황석영씨는 "루쉰(魯迅)의 비유인 '물에 빠진 개 때리기'에 주저하지 말자. 물던 개를 건져주면 다시 우리를 물게 될 테니까. 페어플레이 대신 보내는 데 집중하자. 그것이 지혜로운 역사적 전례가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다시 또 민주주의다’란 말처럼 성난 민심의 시선은 이제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광장에 모인 민심을 한층 성숙한 민주주의로 승화시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100만 촛불의 외침은 ‘대통령 하야’로만 그치지 않는다. 수십년 동안 쌓여온 한국사회의 만성적 적폐를 도려내고, 정치·경제·사회적인 불평등과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담겨 있다.
이제부터라도 여야 정치권은 온갖 정치공학적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앞서 국민을 우선에 두고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 가까이는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과 내년 조기대선까지 이어지는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하고 제시해야 한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이제 향후 100년 새로운 미래를 담아낼 국가틀을 만드는 대개조 작업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힘으로 개헌과 정치개혁, 국가권력 감시를 위한 법제 개혁을 이뤄내 헌법에 보장된 참여민주주의 기능이 회복되고 확대․강화되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해야 한다. ‘시민 명예혁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