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당대표 사퇴 카드 꺼내···촛불 민심에 굴복

2016-11-13 18:53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운데)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파문에 따른 비주류의 당 지도부 사퇴 요구와 관련, 여야 합의로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하면 당 대표직에서 즉각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지난 12일 정권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100만명(주최 측 추산) 이상이 모인 촛불집회의 여파로 정치권의 흐름도 대통령 하야와 탄핵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다.

먼저 최순실 게이트 수습책으로 당 안팎의 사퇴 요구에 버텨오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거국내각구성이 완료되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거국내각구성 시 대표직 사퇴 △내년 1월 21일 조기전당대회 실시 △대선후보도 당 대표 겸임 가능토록 당헌 개정 등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주류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등 80여명은 '비상시국회의'를 통해 이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동시에 이들은 국정정상화를 위해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또 헌정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야당도 헌법 질서 안에서 수습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제 새누리당이 발전적 해체를 통해 재창당해야 한다"며 “야당도 헌법상 탄핵 요건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의견을 모아서 탄핵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촛불집회 이후 민심의 분노에 힘입어 청와대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두 야당은 대통령의 하야·탄핵을 요구키로 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강조하며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탄핵 이후의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대통령께서 마지막 하실 일은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평화롭고 순조롭게 순리대로 정국 정상화를 위해 결지해지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100만 시민의 염원은 딱 하나,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라며 “그러나 아직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과 새누리당 친박세력은 버티어 보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어제 100만 민심을 확인했고 대통령님의 결단이 빨리 없으시다면 저도 민심의 바다로 가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3당은 대통령의 동거내각이 아니라 하야 과도내각으로 단일안 수습안 만들어 국민과 함께 박 대통령의 퇴진을 이끌어야 한다"며 "야3당이 단일한 질서있는 하야를 위한 정치지도자와 시민사회, 종교계를 망라하는 비상시국연석회의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