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사실상 폐기…한미 FTA도 먹구름 가득
2016-11-13 14:07
트럼프 인수위, 구체적 시점 없지만 재협상 방침 세운 것으로 알려져
정부, '대미통상협의회' 확대 개편 등 트럼프 통상정책 정면 대응
정부, '대미통상협의회' 확대 개편 등 트럼프 통상정책 정면 대응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세계 최대 무역협정'을 목표로 미국이 이끌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극도의 보호무역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TPP 의회 비준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통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재협상·폐기 등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합동 협의회 등을 운영하는 등 한미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 오바마 미 행정부, TPP 비준 추진 포기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무역협정'을 목표로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타결한 TPP협정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끝내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하게 됐다.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대통령 선거의 여파로 TPP 비준 절차를 더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백악관에 통보했고,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도 현재로서는 더 진척시킬 방법이 없음을 인정했다.
TPP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한 축으로 이란 핵합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등과 함께 그의 대표적 업적으로 거론돼왔다.
TPP는 단순한 자유무역협정을 넘어 중국이 아태 지역 세력 확장을 위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견제할 강력한 안보 전략으로도 여겨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으로 TPP 체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가 선정한 최우선 추진할 과제에 'TPP 폐기'가 적시된 것도 TPP 폐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불공정한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비판하면서 기존 무역협정들을 재협상하고, 특히 '재앙적인' TPP에서는 즉각 탈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 트럼프 통상정책에 한미 FTA도 '위험'
트럼프가 무역 협정 탈퇴나 개정에 적극적인 만큼 한미 FTA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일자리 10만 개가 사라졌다"는 잘못된 발언으로 '일자리 킬러' 딱지가 붙은 한미 FTA의 경우 인수위가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재협상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한미 FTA 영향으로 한국이 미국보다 2배 무역수지 흑자를 보고 있다"며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협상 가능성이 커지자 이 같은 움직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대선과 한국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좌담회에서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당선인 공약과 여론을 분석한 결과, 한미 FTA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최근 한미 FTA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보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해 FTA 개정 협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미국 측이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이익의 균형을 맞춘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극단적 보호무역조치들이 한국산 제품에 적용될 경우를 대비해 상품별로 철저한 점검을 하고, 각종 비관세장벽에 대한 엄격한 실태조사를 벌여 국제규범에 미치지 못하는 조사는 과감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대미통상협의회' 확대 개편 등 트럼프 통상정책 정면 대응
정부는 미 재계에 한미FTA 장점 알리기에 나서고 민관 합동 협의회 운영을 결정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부는 13일 통상·교역관련 실국장 회의를 개최, 통상산업포럼 산하 대미 통상 분과회의를 '대미통상협의회'로 확대 개편했다.
이 협의회는 산업부 장관과 무역협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업종별 주요 협회, 무역 지원기관, 주요 연구기관, 통상전문가 등으로 구성, 대미 통상 대책과 양국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미국 정부, 의회, 업계와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역할도 추진한다.
협의회 산하에는 산업부 2차관이 반장으로 이끄는 '대미통상 실무작업반'도 마련된다. 수입규제 등 대미 수출 애로와 통상현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업종별 영향을 분석해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을 찾는다.
이날 협의회를 주관한 주영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FTA는 양국 간 경제협력과 번영의 플랫폼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 새 정부의 통상정책 동향을 기민하게 모니터링하고 기존 대응 체계를 강화해 민관 공동의 선제적 대응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