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관의 시선]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016-11-13 12:44
건설부동산부 강영관 차장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11·3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열흘이 지났다. 주택시장은 애초 우려했던 대로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규제를 빗겨간 일부 지역의 경우 활황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전체적 분위기는 사뭇 무거워졌다.

대책이 발표되고 정부의 직접적 타깃이던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은 33주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도 강남권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집주인과 수요자 모두 숨을 죽인채 매도·매수 타이밍을 살펴보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도 급제동이 걸렸다. 대책이 발표된 후 일주일 동안 수도권 12개 단지가 일제히 분양을 연기했다. 분양일정을 미루는 사업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재개발·재건축 등은 철거를 100% 완료해야 일반분양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규제 여파로 냉각되는 시장 분위기에 건설사들이 물량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표면적으로 효과를 본 셈인데, 문제는 대책이 발표되기 전에도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주택시장이 상승장을 마감하고 조정기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정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입주물량 증가에 의해 시장 상승세는 곧 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내년도 주택가격 전망에서도 경남 남부권의 '입주폭탄'을 경고하면서, 전체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충남이나 경북, 경남 등 지방 분양시장은 조정기에 진입했다. 이들 지역은 과거 2~3년 전 집값 급등과 분양시장 호황을 맞이했던 지역으로, 공급이 많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간 호황국면의 시장이 위축기로 진입하는 단계다. 이처럼 호황에서 숨 고르기 기간을 거친 후 연착륙하고 다시 상승세를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다. 

그래서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아쉽다. 조정기와 맞물려 자칫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펼쳤다는 점이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난 2013년 이후 3년간 대대적인 규제 완화책을 펼쳤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했고 주택 취득세율도 인하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완화해 은행권 주택 대출을 확대했다. 재건축 가능 연한도 40년에서 30년으로 낮추고 초과이익환수제를 3년 유예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단축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도 완화했다.

그 결과 건설업과 관련 업종은 호황을 맞았다. 그런데 정부는 2013년 당시와는 딴판으로 규제 모드로 급선회했다. 냉온탕식 규제 변화는 신뢰를 잃고, 신뢰없는 정책은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최근 우연찮게 보게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선 일상에서의 작은 모티브가 결과를 뒤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의 '지금 그리고 여기'는 그간 우리가 해 온 수많은 행동의 집합체라는 감독의 시각은 인상적이다.

현재 주택시장의 '지금 그리고 여기'도 그동안의 정부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의 결과물이다. 지금의 판단은 세월이 지나면 맞을 수도 있고, 전혀 엉뚱 방향으로 튈 수 있다. 불안정한 시장의 정상화는 또다른 방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인위적 시장개입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