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朴, 2선 후퇴 언급 안해…분명한 입장 표명해야"
2016-11-08 16:49
"총리에게 조각권과 국정 운영권 넘기고 완전한 2선 후퇴 선언해야"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야당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한 모양새지만, 2선 후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완전히 내려놓을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로 추천한 총리에게) 내각 지명권을 준다는 것인지 청와대가 내정에 간섭을 안 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국회의장이 거듭 물어봤는데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고 가버렸다. 추상적인 언급만 하고 갈 문제가 아니라 자세히 설명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권한을 강조한 것을 지적한 발언으로 보인다.
야권의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단순히 국회 추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조각권과 국정 전반을 맡기고 대통령은 국정에서 2선으로 물러선다고 하는 것이 저와 야당이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라며 "저와 야당이 제안했던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와 다르고, 민심과도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성난 민심은 대통령의 하야 내지 탄핵, 2선 후퇴를 요구하는데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면 그 총리가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라며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딱 보니까 대통령이 던져놓고 가면, 언론이나 국민은 '총리를 누구 추천하지'로 (주제가) 넘어가지 않느냐"며 "그러면 '국회에서 추천하라고 해도 못하지 않느냐' 이거 아니냐. 우리는 이미 그 덫에 빠졌다"며 '꼼수 정치'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이미 대통령은 김병준 총리 지명 당시 전권을 주겠다고는 했지만 2선 후퇴는 없다는 식으로 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며 "이에 대해서 대통령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박 대통령이 야당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국회를 기습 방문해 야당의 반발을 키웠다. 야권에선 "박 대통령이 문전박대 코스프레를 의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계속된 일방통행식 행보에 강하게 반발, 박 대통령의 출입로에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떼라'(민주당), '대통령은 퇴진하라'(국민의당),'박근혜 대통령 하야!'(정의당) 등의 손팻말을 들고 항위 시위를 벌였다.
박 대통령이 출입로에 들어서자 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 사이에서 "하야 하십시오", "국민들 그만 힘들게 하시고 하야 하세요", "퇴진하세요" 등의 외침이 흘러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