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5조' 가진 부영, 부동산 시장 큰손으로...1년간 2조 규모 인수

2016-11-08 15:43
지난 7일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3000억원에 인수
"재무 건전성 예의주시"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전경. 사진=포스코건설 제공

▲2015년 부영그룹 재무 상태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임대주택 전문 건설사 부영이 서울 도심의 대기업 건물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 동안 부영이 사들인 빌딩과 골프장 등 부동산의 매수 금액은 약 2조원에 달한다. 이같은 부영의 행보는 좁아지는 주택임대시장의 돌파구로 건물 임대 사업으로 눈을 돌려 다른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사업 다각화에 따른 지출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만큼 재무 상태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지난 7일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사옥 '포스코이앤씨타워'를 3000억원에 매입했다. 매각 금액 3000억원은 송도 지역 오피스 시장에 형성된 시세인 3.3㎡당 약 670만원 수준이다. 이어 지난 9월에는 중구 을지로의 삼성화재 사옥을 4390억원에 사들였고 1월에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옛 태평로)의 삼성생명 빌딩을 5800억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 10월 부터 인천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를 3150억원에 사들였고 강원도 태백산 오투리조트도 782억원에, 제주도 클래식 cc&리조트 380억원에 매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형 건물 임대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입주자들은 대기업 위주로 안정적인 세입자 구조이기 때문에 저금리 상황에서 임대료 수익을 얻기에는 적합하다"고 매입 배경을 해석했다. 

부영의 과감한 부동산 투자는 주택 임대사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영은 5~10년간 임대한 뒤 분양전환하는 사업구조로 고정적인 임대수입과 분양전환시 시세차익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부영은 '사랑으로'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매년 1만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을 공급했으며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1조500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이 창립 후 지금까지 공급한 임대주택은 총 26만4000여가구에 달한다.

이같은 수익으로 부영은 부동산 매입과 계열사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부영 계열사 수는 18개, 총 자산규모는 20조4410억원이다. 1년전에 비해 자산이 2조원 이상 늘었다.

매출은 2조200억원, 당기순이익은 2670억원 정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5조4714억원(2015년 말 기준)이며 이익잉여금도 1조6261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매입과정에서 계열사와 금융권으로부터 대규모 차입을 단행하면서 경영이 악화될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영의 부채총액은 13조4000억여원으로 자본총액 대비 부채비율은 190%다. 여기에 부영은 운영자금 목적으로 특수관계회사인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으로부터 지난해 약 1140억원, 올해 약 849억여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에 대한 이자비용으로는 지난해 476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가영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12년~2013년 때보다는 재무상태가 개선된 상황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등급에 영향을 크게 끼칠만한 재무안정성 저하가 발생하는 요인은 아니다. 그러나 계속 매입 규모가 커지고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