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52> 800년된 은행나무는 '마을의 수호신'

2016-11-07 06:55

                       [서울브랜드]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전국에는 약 800그루의 많은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보존 및 증식가치가 있는 수목)로 지정돼 있다. 서울에도 상당히 많은 은행나무가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모두가 400~500년 정도 오래된 나무들이다.

300년 정도 된 나무는 어린 축에 속할 정도. 방학동 연산군묘 앞에는 도봉구 10대 명소의 하나이자 서울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데, 나이가 무려 830살을 헤아린다고 한다.

높이는 25m에 둘레는 10.7m에 달하는 위용을 자랑한다. 이렇게 오래된 은행나무의 공통점은 그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영등포 당산동에 위치한 530년 된 은행나무는 1925년 대홍수로 일대가 침수되었을 때 동네 사람들의 피신처가 돼 주었기에 이후부터 부근에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

처음에 언급한 830년 된 방학동 은행나무는 예로부터 나무에 불이 날 때마다 나라에 큰 변이 생긴다고 해 '애국나무'로 불린다. 실례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기 1년 전인 1978년에 큰 불이 나서 소방차를 동원해 간신히 불을 껐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자주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삶 깊숙한 곳에는 미신(迷信)이 뿌리내려 있다고 한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풍성한 유명한 장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소소하고 전통이 살아 느껴지는 곳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