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최순실에 정부 문건 넘긴 의혹' 정호성 전 비서관 구속영장 청구

2016-11-05 00:20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체포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4일 오전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에게 청와대와 정부 부처 문건을 대량으로 넘긴 의혹을 받는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4일 오후 11시55분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정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 외교·안보·경제 관련 다수의 대외비 문서를 건넨 혐의다.

최씨에게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들에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북한과 비밀 접촉 내용이 담긴 인수위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이 있다.

최씨가 보관·사용한 것으로 결론 난 태블릿 PC에서는 정 전 비서관이 문서 유출 과정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포착됐다.

이 PC에 저장된 200여 건의 청와대 문서 파일 일부의 최종 작성자의 아이디가 'narelo'로 돼 있었는데 이는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부터 사용해온 것이라고 한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 전 비서관이 거의 매일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최씨에게 전달했고 최씨가 주도하는 '비선 모임'이 이를 검토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안봉근(50)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50) 전 총무비서관과 함께 1998년 4월 박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18년간 줄곧 곁에서 보좌했다.

이들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권부의 핵심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주로 연설문 작성과 정무 기획 쪽 업무를 맡았다. 그가 일했던 청와대 부속실은 각 수석실과 여러 정부 부처에서 작성한 모든 정책 자료가 모이는 곳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정 전 비서관의 사무실에서 보고자료, 업무 일지 등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근 자택에 들어오지 않는 등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날 오후 11시 30분쯤 그를 체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5일 오후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