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럭키' 이준, 진심을 가지고 연기하는 법
2016-10-28 16:22
“‘럭키’를 찍으면서 유해진 선배, 임지연 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A4용지를 들고 대본 리딩을 하고, 의견을 내기도 하고, 역할의 입장에서 고민도 해봤죠. 저는 무용과를 나와서 잘 모르지만, 연극영화과를 나왔다면 이런 것들을 차곡차곡 배우지 않았을까요? 만약 제가 처음부터 기본기가 탄탄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정석으로 연기를 배운 분들에 대한 호기심? 그런 생각들을 했었어요.”
하지만 이준의 걱정과는 달리, 그의 절박함과 겸손함은 그대로 필모그래피에 반영됐다. 잔혹한 닌자 라이조(영화 ‘닌자 어쌔신’)부터, 사이코패스(드라마 ‘갑동이’), 지질한 재벌2세(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연극배우(영화 ‘럭키’, ‘영화는 영화다’)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캐릭터·작품들로 자신의 세계를 꾸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10월 13일 개봉한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도 마찬가지다. 그 호기심과 동경은 이준을 채찍질했고, 그에게 캐릭터의 변주를 알려주었다. 이준의 연기적 스펙트럼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 매일 안 쉬고 드라마를 찍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잔 편이다. 한 4시간 정도? 평소에는 1시간 정도 잔다. 수험생 같은 기분이다. 법률용어를 외우느라 정신이 없다.
‘럭키’의 흥행속도가 대단하다
- 너무 놀랍고 실감도 안 난다. 요즘은 드라마만 찍고 있어서 시간의 흐름을 잘 못 느낀다. 그냥 지나가는 기분. 그래서 더 신기한 것 같다.
- 제 역할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봤다. 현실 웃음이 터지는 게 많았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이 ‘현실 웃음’ 터졌나?
- 대개 형욱 부분이었다. 그냥 그 자체가 웃겼다. 코미디가 자칫하면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시나리오는 공감이 많이 갔다. 개연성과는 상관없는 부분이었다.
근래에는 지질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것 같다
- 제가 맡은 배역 중 가장 지질한 것 같다. 하하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저랑 거리가 있는 캐릭터다. 저와 가장 비슷한 배역은…. ‘캐리어를 끄는 여자’ 마석우? 하하하.
코미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지 않나. 슬랩스틱과 상황으로 웃기는 코미디. ‘럭키’는 후자인 것 같은데
- 특히 제 역할은 코미디와 직결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웃겨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할까? 연결고리 역할이었던 것 같다. 코미디적인 부분보다 사실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점을 뒀던 것이 액션과 목매다는 신이었다.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신이었고, 가장 열심히 찍었다.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3일간 머리도 안 감은 건가?
- 재성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가 평소에 유분이 많아서 하루만 안 감아도 머리가 떡 지는(?)데, 화면으로 보니 표가 안 나더라. 더러워 보이지가 않아서 놀랐다. 나름대로 더러운 마음, 몸가짐으로 임했는데! 그래서 3일간 머리도 안 감고 분장으로 덧댔다. 과하게 준비해야 영상으로 보이더라.
이준은 재성을 연결고리라고 표현했다. 웃음 포인트가 아닌 매개체로서의 역할은 어땠나?
- 웃음 포인트도 없고, 분량은 비슷하고…. 관객들은 저 말고 형욱이 나오길 기다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만 나오면 루즈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그 부분을 얼마나 잘해내느냐에 따라 매끄럽게 연결할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야 형욱과 재성 둘 다 윈윈이니까. 그런데 영화가 개봉한 뒤 재성에 대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더라. 질타를 받을 때도 있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제 착오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이준의 연기에 있어서 질타는 거의 드문 일 아니었나?
- 저는 보통의 평이 없었다. 잘한다! 혹은 못한다! 하하하. 그런데 ‘럭키’의 경우에는 딱 50 대 50인 것 같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어떤 게 맞는 건지 모르겠는데 드라마 때문에 제대로 모니터를 할 시간도 없다. 자칫하면 드라마에도 집중을 못할까봐 영화적인 부분은 빨리 인정하고 드라마에 집중하려고 한다.
재성 캐릭터를 두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신에도 여러 테이크를 가다 보니 톤 조절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 많은 감정을 연기했다. 정말 테이크를 많이 갔다. NG가 아니라 격앙된 것부터 담백하게까지. 여러 감정을 끌어냈다. 선택은 물론 감독님의 몫이었다. 사실 저는 시사회 때도 제정신으로 관람한 게 아니라서, 잘 기억이 안 난다. 영화를 보고 평가해주신 분들이 맞다고 생각한다.
코미디 영화인데 당연히 웃기고 싶은 욕구가 있었을 텐데?
- 그런 욕구는 있다. 하지만 그럴 부분이 없었다. 하하하. 그래서 그냥 해진 선배의 연기를 보면서 옆에서 잘 웃었다.
유해진 배우의 칭찬이 자자했다. 과거 연극 무대의 경험이 떠오를 만큼 열정적이었다고
- 민망하고 감사하다. 사실 선배들이 어려워서 싹싹하게 다가가질 못했다. 그저 부끄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유해진 선배에게 많이 배웠다. 다 함께 의견을 내고 조율하면서 ‘아, 연극영화과에 나왔다면 이런 경험을 했겠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연기의 정석, 진정성과 관련해 호기심과 동경을 가진 것 같다
- 예전에 영화 ‘닌자 어쌔신’을 찍고, 연극영화과 시험을 봤었다. 다 떨어졌다. 제 주변 사람들은 다 붙었는데 저만 떨어지니 자신감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연영과는 대단한 사람들이 가는 거구나 싶었다. 드라마, 영화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을 만나면 연영과 출신이 많았다. 4년 동안 탄탄한 교육을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배웠으면 어땠을까?’하는 마음은 있다.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날 것’에서 오는 매력도 있는데
-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연기하면서 진정성, 진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제 느낌대로 하려니까,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 그렇다. 저는 불편하면 연기가 절대 안 나온다. 그걸 깨고 싶은데….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도 바뀌는데 백이면 백 모두 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영향을 많이 받으니 힘들다. 마음을 먹어도 그렇게 안 되니까. 연기 하면서 주눅이 들기도 하고.
그 조심스러움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나?
- 그렇지 않을까? 이번 ‘럭키’나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도 그랬다. 두 작품 다 키스신이 있었는데, 한 번에, 빨리 찍고 싶었다. 상대방 기분을 모르니까 그런 배려가 중요하다. 남자친구도 아닌데…. 불편할 수도 있지 않겠나.
아이돌 데뷔 전부터, 연기에 관한 열망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로서 지내는 요즘 어떤 ‘갈증’은 해소된 셈인가?
- 이상하다. 진경 선배님(‘캐리어를 끄는 여자’)와 밤을 새우면서 ‘왜 항상 우리는 몇 시에 끝나는지 궁금할까?’는 이야기를 했다. 이 일이 하고 싶어서 뛰어들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왜 항상 집에 가고 싶어 할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신기하기도 하고 멋쩍기도 한데 또 진경 선배님을 만나면 그런다. ‘선배님 오늘은 몇 시에 끝날까요?’하고. 하하하. 결론은 즐기는 게 최고인 것 같다.
그래서, 이준은 즐기고 있나?
- 음…. 감사하고, 즐겁게 생각하고 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을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 온 것이 행복하다. 욕을 먹는 것도 그렇다. 그만큼 저를 봐주셨다는 것 아니겠나. 더욱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