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화 한은 부총재 "한국 경제 성장잠재력이 약화… 구조개혁 중요"

2016-10-28 09:47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계속 약화되고 있다며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부총재는 28일 서울 고려대 국제관에서 한은·고려대가 공동 주최한 '성장잠재력과 거시정책' 국제콘퍼런스에서 "근년 한국 연간 경제성장률은 3% 정도를 나타냈는데 대외 여건이나 주요국 성장률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치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잠재력이 계속 약화되는 것은 매우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금융위기 이전 5%였던 잠재성장률이 노동생산성 감소, 자본 축적 둔화 등으로 3%대 초반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이보다 더 약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대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책·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잠재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8%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잠재성장률이 2%대로 하향됐음을 시사했다. 

이에 장 부총재는 "저성장 기조 탈피를 위해서는 거시경제정책의 완화적 운용 못지않게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 배양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저출산·고령화, 과다한 유휴 생산능력, 가계부채 누증,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이 경제 성장세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라며 "이 중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총수요·총공급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에 대해 오래 전부터 그 심각성을 인식해 대응책을 강구해왔으나 일자리·주거·교육·사회인식 등 여러 분야와 연계돼 있는 복잡한 사안이다"며 "따라서 다양한 대책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상호보완적으로 수립 시행돼야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조개혁은 단기적으로 고용 및 소득 감소, 경제심리 위축 등을 통해 경기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며 "경기가 계속 부진하면 이력현상을 통해서 그리고 구조개혁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성장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구조개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한된 여력을 가진 거시경제정책을 어떻게 운용해 나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장 부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통화·재정 정책 여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통화·재정 기조를 적극 확대하는 등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경기 회복이 계속 지연되면서 성장잠재력의 지속적 하락과 장기정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국가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운용 여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그동안 통화·재정정책을 과감하게 확대해 옴에 따라 추가 완화의 여지가 협소한 데다, 장기간 완화적 정책으로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다른 측면에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