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간 머리 맞댄 이창용·최상목 "구조개혁 더는 미룰 수 없다"
2024-09-30 16:03
한은 총재, 사상 처음 기재부 방문 타운홀미팅
이 총재와 최 부총리는 30일 기재부에서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 : 지속가능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이라는 주제로 한은·기재부 직원 및 양 기관 소속 청년 인턴 등 150여명과 함께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이번 이 총재의 방문은 올 2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한은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통화정책 독립성을 기반으로 정부와 미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온 중앙은행 수장이 재정당국을 직접 방문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997년 12월 한은법 개정으로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재정경제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뀐 뒤에는 경제부총리가 한은을 방문한 공식 사례는 총 4번이다. △2009년 2월 13일 윤증현 장관(이성태 총재) △2014년 4월 2일 현오석 부총리(이주열 총재) △2018년 12월 19일 홍남기 부총리(이주열 총재) △2024년 2월 6일 최상목 부총리(이창용 총재) 등이다.
최 부총리는 "한국경제가 성장잠재력 약화, 사회이동성 저하, 인구 오너스(Onus) 등의 구조적 문제가 누증되면서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직면했으며 일견 단기·경기적 이슈로 보이는 문제도 그 기저에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어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인 중앙은행의 우수한 연구 역량을 구조적 이슈로 확장해 다양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낡은 경제구조를 그대로 두고 조금씩 수리하면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세대간·지역간·계층간 갈등으로 구조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이 모든 계층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공급자 중심에서 이제는 수요자-공급자 간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확대 거시정책협의회 이후 한은이 연구한 결과들이 사회적 담론으로 발전되어 다양한 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토론의 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지는 대담에서 이 총재는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하면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자리 대체,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 등 문제점도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우리의 대응에 따라 큰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분산된 지역투자로는 투자효율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고 평가하면서 "비수도권 거점도시 중심으로 균형발전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술기반 혁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산업 혁신을 이뤄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킨 미국의 사례가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서비스 산업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교역재 성격이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서비스 교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므로 IT와 수출강국인 우리나라가 서비스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개방적인 인재 생태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적극 유치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구문제에도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지난 27일 정부가 발표한 '첨단산업 해외인재 유치·활용 전략'이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 기업의 수요에 맞는 해외 우수 인재들에 대해서는 관련 제도와 규정을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이 총재와 최 부총리는 한은·기재부 직원 및 청년들과 활발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이 총재는 한은과 기재부의 젊은 직원 간의 인적교류를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최 부총리는 공감의 뜻을 표하며 한은과 기재부 직원들이 더 자주 만나 소통하고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