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한달] 골프장 파장은 ‘미미’, 골프용품·호텔·리조트업계는 ‘심각’
2016-10-26 15:01
골프장들 “내년 봄이 더 걱정” 이구동성…골프용품 매출액 15∼20% 감소…호텔·리조트엔 단체행사 취소 잇따라
아주경제 김경수·기수정 기자= “지금은 연중 골프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인데다 낮이 짧아져 큰 영향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년 봄이 걱정되네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발효된지 한 달이 됐다. 당초 골프장들은 이 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심리적 위축’ 외에는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위축된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내년 봄 이후엔 내장객이나 매출액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가 많다.
A 부장은 “요즘 하루 최대 66팀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평일에도 꽉 찼으나 올해는 오전에 빈 자리가 더러 눈에 띈다. 새벽 시간에는 언론인·교수·의사 등이 많았으나 올해는 전혀 볼 수 없다. 이 상태로 간다면 내년 시즌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충청·강원권 골프장들도 법의 ‘무풍지대’인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주위의 시선을 피하고 저렴한 그린피를 좇아 수도권에서 오는 골퍼들로 인해 더 북적인다. 날이 흐렸던 지난 23일 청주 C골프장 주차장은 빈 곳을 찾기 힘들만큼 차들로 메워졌다.
대구의 D 골프장 관계자는 “지방 골프장은 오래전부터 비용을 각자 부담하고 치는 골퍼들이 많았다. 접대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대구를 벗어나 강원도나 제주도 등 타지 골프장으로 가서 치는 사례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대상인 골퍼 F씨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가명을 적은 네임택을 골프백에 달았다. 물론 프론트에서도 그 가명을 적는다.
골프장과 달리 골프용품 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공직자·언론인·교수·대학병원의사 등을 상대로 한 접대골프가 사라지다시피하면서 골프용품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E마트의 골프용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가 줄었다. 그 반면 등산용품은 47%, 탁구 27%, 수영 19%, 테니스는 15%가 각각 늘어났다. 지난 1∼20일 롯데마트에서도 골프용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2%나 줄어들었다.
호텔 및 리조트업계도 단체행사 축소에 따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약사가 주관하는 학회·세미나 등의 행사가 취소되거나 내년으로 연기되는 사례가 많다.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주로 청탁금지법 대상인 관계 교수나 의사이기 때문이다 .
롯데호텔은 기업 행사가 크게 줄면서 매출도 20∼30%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행사 및 단체 예약이 많은 레스토랑의 경우 10명이상 기업 단체손님 예약이 크게 줄어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호텔은 법 시행에 맞춰 3만원 이하 메뉴를 선보였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 뱅커스 클럽은 지난달말 1인당 3만원 이하의 메뉴를 선보였다. 전체 예약 건의 절반이 이 메뉴를 선택하고 있다. 인터컨티넨탈호텔도 새로이 선보인 3만원짜리 연회 메뉴 판매율이 급증했다.
대명리조트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업체가 많고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3만원, 5만원 이하(청탁금지법 한도)로 책정해 리조트 식음료 및 연회 매출이 감소했다. 당장 10∼11월 예정된 행사가 약 10건이나 취소된 상황이다.
리조트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여서 그런지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고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