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한달] 외식업계 초상집 분위기… 고급식당 이어 중저가식당까지 폐업
2016-10-26 15:52
시행초기 반짝 특수 본 중저가 식당...외식업 전반 침체에 결국 문닫는 곳도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이 28일로 시행 한 달째를 맞는 가운데, 외식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고급식당들은 단가를 낮춰 3만원(2만9000원) 미만의 김영란 메뉴를 선보였지만 매출은 평소보다 절반(40~50%) 가까이 줄었고, 반사이익을 누리던 중저가식당들도 '깜짝 특수'에 불과해 실제 이용객 수는 평소와 큰 차이가 없거나 일부는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26일 "일식당과 한식당 등 고급식당 위주로 폐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김영란법 시행 한 달째를 맡아 정확한 수는 파악할 수 없지만 10곳 중 3곳은 폐업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영란법으로 인해 연간 11조 원에 달하는 소비가 줄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 중 외식업이 8조4900억 원 해당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1) "김영란법 본격 시행 이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손님들 발길이 뜸하니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떨어지고 있고, 금액을 나누어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 인근에서 고급 참치집을 운영하는 최모씨(62)는 "법 시행에 앞서 술을 포함해 2만9000원짜리 신메뉴를 선보였지만 매출은 평소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내달 중순 가게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1만원 미만의 중저가형 식당들도 김영란법 여파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법 시행 초기 고급식당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매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외식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종로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최모씨(47)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 매출 상승세로 이어지다가 이달 중순부터 손님의 발길이 줄더니 수익은 다시 제자리걸음이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가 메뉴로 도저히 수익을 내기 어려운 일부 음식점은 폐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시청 인근에서 쌀국수집을 경영하는 이모씨는(34)는 "5000원 짜리 음식을 먹어도 각자 계산하는 분위기"라며 "올해말까지 해보고 사업을 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외식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 대책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면서 "시행 초기라 앞으로 몇 달간은 법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지만 이렇게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