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 과일가게를 지나다
2016-10-24 15:00
김경래 시인(OK시골, 카카오스토리채널 ‘전원주택과 전원생활’ 운영)
은행잎 노을로 지는 저녁
헤어진 기억 따라 막걸리집에 갔다
막걸리집 주인 여자의 젊은 한철
양은 막걸리 잔처럼 찌그러진
철 지난 이별 얘기를 듣다 또
나의 이별은 기억할 수 없이 취하고
취해서 나선 골목은 가을 가로등
밤늦은 은행잎의 낙화에 발목이 잠겨
집으로 가는 길은 무릎 시린 귀가
가슴마저 저려오기 전에
그래 저 과일가게에서 홍시라도 사야지
빨갛게 익어 애인 같은 홍시를 사다
붉은 사과도 노란 귤도 모두
떠나는 원색의 행렬
이렇게 또 한철 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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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갑자기 떨어진 날 저녁, 비가 내린다. 시골 막걸리집은 이런 날이 제격이다. 늙은 주모와 나누는 인생 얘기에서 온기를 얻는다. 취해서 나선 거리는 젖은 낙엽이다. 과일가게 홍시가 불빛에 유난히 붉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