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조계종, 동작 그만! 제발 여기까지만...

2016-10-23 10:13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봉은사에서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자승 원장은 "서울시가 오는 12월 즈음 최종 건축 허가를 내 줄 것 같은데, 이는 불교계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허가를 내주면 조계종은 박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박 시장의 대권 행보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헌법 제20조 2항에 따르면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종교, 그것도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최고 권력'이 선출직 시장인 정치인을 상대로 정치의 중립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종무기관 교역직 스님과 봉은사 신도 등은 지난 13일 봉은사에서 '한전부지 졸속 행정 재벌 특혜 개발 저지 및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기원법회'를 열고 "한전부지 GBC 개발 인·허가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105층 짜리 건물이 들어서면 겨울에 봉은사 전역이 4시간 동안 그림자에 가려져 100여 년 전 지어진 선불당에 심각한 훼손을 야기하고 그 안에 보존된 동산문화재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 여성불자는 "햇볕이 강하지 않은 겨울 낮에 건물의 움직이는 그림자가 봉은사 선불당만을 4시간이나 어떻게 가리고 있을 수 있어요?"라고 되묻는다.

불교포커스에 따르면 최경주 서울시 동남권사업단장은 "문화재영향평가는 공사 구간 50m 이내에 있는 문화재에 해당된다. 300m 이상 떨어져 있는 봉은사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개발 인허가 졸속 강행 주장에 대해서도 "1년 넘게 법과 절차를 맞춰 가며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회의는 지난 18일 봉은사에서 "헌법 제9조에는 '전통문화 계승 발전의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구 한전 부지 원소유주인 봉은사의 환매 요청을 거부한 한국전력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현대자동차에 사옥 건축 계획을 55층 이하로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현대자동차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박 시장의 전국 사찰 출입을 금지하며 범불교적 주민소환운동 을 벌일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주지회의는 봉은사의 역사·문화·수행환경 보존 활동에 적극 동참하는 등 4개항을 결의했지만, 결국 "서울시는 재벌특혜 졸속행정 현대자동차 사옥(GBC / 105층, 553미터) 개발계획 인허가 즉각 중단하라!"는 결의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서울시를 정조준했다. 이에 대해 한 불자는 "전통 사찰의 건물 유지 등 전통문화 계승 발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조계종의 종지 및 종풍을 잇는 것이 아닐까? 각종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계종이 과연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불교닷컴에 의하면, 자승 원장이 밝힌 주민소환제 투표를 위해서는 서울시민의 10%의 서명동의를 필요로 한다. 서명을 얻었더라도 유권자의 3분의 1이 찬성을 해야 하는데, 조계종이 주민소환에 필요한 서울시민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언론인은 "불가능한 것을 모를리 없을 조계종이 정말 (주민소환 투표를)추진하는 이유는 뭘까?"라고 갸우뚱했다. 

조계종의 일부 권승들은 각종 일탈사건에 대한 보도를 해온 불교닷컴, 불교포커스 등에 대한 언론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엔 팟캐스트로 승려들의 일탈을 지적해온 바른불교재가모임의 우희종 대표까지 직접 찾아가 항의를 하기도 했다.

선방과 저잣거리에서 수행정진하고 승려들은 "다른 스님들의 체면도 한번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며 "이젠 너무 창피해서 말도 못하겠다"고 고개를 떨군다. 일반 불자들도 "당장 여기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헌법 제9조에 나온 전통문화계승발전이란 지속가능한 발전모델로서의 종교를 제시한 것이지, 단순한 사찰 건물의 유지가 아니다. 목불을 태운 단하스님처럼 사찰은 없어져도 '선종의 가르침'만 남으면 얼마든지 불교에는 미래가 있다. 하지만 국교도 아닌 불교가 우리 헌법 제20조의 정교분리까지 깨버리고 있으니, 이후의 업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도에서 불교가 왜 사라졌는지 조선시대 '폐불'이 왜 실시되었는지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