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 재단 주도 사업엔 '펑펑', 취약층 복지 사업은 삭감"

2016-10-20 22:22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오는 25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열리는 '예산 정국'을 앞두고 정부의 2017년 예산안 중 미르·K 스포츠 재단 의혹과 맞닿아 있는 사업 예산은 삭감하고 대신 복지 예산을 증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나라살림연구소·녹색연합·문화연대·복지국가소사이어티·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결성한 나라예산네트워크는 20일 국회에서 '나라예산토론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 가운데 문제가 되는 50개를 발표했다.

네트워크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꼼꼼히 검토해 정치권에 의견을 전달,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 시민이 참여해 '묻지마 예산' 등을 막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7회에 걸쳐 예산안을 검증한 뒤 50개 문제 예산을 추렸다.

여기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야 3당의 대표로 참여해 토론회를 공동 주관했다. 네트워크가 꼭 증감해야 한다고 제시한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요구로 반영될 전망이다.

네트워크가 꼽은 문제 예산에는 미르·K 스포츠 재단이 주도한 사업이 포함돼 있다. 올해 143억5600만원 배정된 코리아에이드 사업이 대표적이다. 코리아에이드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시작된 원조 사업으로, 코리아에이드 내 개발원조사업(ODA)인 'K-밀(K-Meal)'을 미르 재단이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트워크는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ODA 사업에 전문성이 없는 청와대 비선이 졸속으로 주도했으며 쌀 가공 제품은 미르 재단이 개발했고, 코리아에이드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보건 사업의 영상물 제작은 차은택 감독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더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과 수의 계약을 맺어 진행했다"며 "사업 내용을 살펴봐도 불필요한 중복 사업이 포함돼 있고 다른 부처의 예산을 전용한 문제도 있다"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미르재단이 관여한 의혹이 있는 '새마을운동 ODA 사업'은 행정자치부·외교부·농촌진흥청 예산을 합쳐 435억9100만원에 달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의 문제 사업을 찾을 때, 가장 핵심적인 게 (정권의) 유행 사업인데 그중 하나가 순방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새마을 사업이 타당성 검토 없이 이뤄지고 있어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네트워크는 새마을운동 ODA를 전액 삭감 예산으로 지정했다.

반면,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저소득층을 긴급지원하는 '긴급복지' 예산은 올해 1213억1700만원(추가경정예산 포함)에서 내년 1013억400만원으로 200억1300만원(16.5%) 감액됐다. 네트워크는 "빈곤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합리적 근거 없이 예산을 200억 넘게 삭감했다"며 증액을 요구했다.

네트워크는 이날 공개한 문제 사업 가운데 시민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 10개로 압축해 국회에 예산안 수정 청원을 제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