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3차 토론 '정책은 사라지고 대선불복만 남아'

2016-10-20 14:31
트럼프 선거 불공정 의혹 제기에 이어 불복 가능성 시사
현지언론 "민주주의에 대한 의혹제기"…

[사진=AP=연합뉴스] 19일 (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이베이거스에서 3차 TV토론장의 힐러리 클린턴(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 미국 대선후보들의 3차 텔레비전 토론 전 CNN은 이렇게 예측했다. 음담패설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가 마지막 발악을 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팽배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19일(이하 현지시간)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대학에서 열린 제3차 TV토론에서 '무슨 일'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결과에 승복하겠냐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절한 것이다. 이는 곧 불복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어 커다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그때가서 상황을 볼 것…끝까지 초조하게 만들겠다"  

이날 대선 결과 승복 여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트럼프는 "그때 가서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으며, "끝까지 초초하게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트럼프 대학' 소송을 진행 중인 사법 시스템을 포함해 자신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어떤 것들이 조작됐다고 주장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웃기는 일이기도 하지만, 매우 문제있는 태도이며, 민주주의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선후보' 라고 맹비난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발언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에 의심을 품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이 토론회에서 나왔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이달 초 자신의 음담패설이 담긴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위기에 몰렸다.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과의 대결에서 10%가 넘는 격차로 뒤지기도 했다. 이처럼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트럼프는 최근 트위터나 유세를 통해 '선거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번 선거는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왔다.

CNN 역시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 중에 하나를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이었다"고 비난했다. CNN 정치담당 선임기자인 제이크 태퍼는 "트럼프 재앙과도 같은 답변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불복 시사 발언은 선거가 3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큰 악재가 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이같은 트럼프의 입장은 토론 전에 "우리는 당연히 이번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라고  밝힌 공화당 부통령 후보 마이크 펜스와의 입장과도 대치되는 것이다. 이날 토론 뒤 트럼프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케리언 콘웨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NYT는 "이날 토론은 두 사람 사이의 논쟁이었다기보다는 패색이 짙어진 후보인 트럼프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필사적인 시도로 보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가장 주목받은 것은 쌍방 비난…트럼프 "성추문 모두 거짓"  

토론 초반에는 두 후보는 안보, 무역 협정, 총기규제, 이민 문제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는 이날도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론을 주장했고 클린턴은 이같은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우리 동맹체제를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입장 변화, 이민자 규제 등 주제에 대해 양당 후보는 대립되는 주장을 펼쳤지만,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역시 두 사람 사이의 네거티브 발언이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국 대선 개입 시도를 돕고 있다며 그를 '(푸틴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는 "당신이 꼭두각시"라면서 트럼프는 푸틴과 잘 지내면 좋지 않느냐도 맞받아쳤다. 

부자 증세, 사회복지 기금 확충을 약속한 클린턴에 대해 트럼프는 "추잡스러운 (nasty) 여자"라는 단어를 상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는 자신을 둘러싼 성추문에 대해 "모두 거짓말이고 소설이다"라면서 강력하게 부인했다. 또 자신을 고발한 여성들 뒤에 클린턴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