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강수호 형지에스콰이아 대표 “55년 뿌리깊은 구두名家…젊은 브랜드로 中시장 공략”
2016-10-20 17:17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1961년 9월 에스콰이아 제화가 설립됐다. 이후 제화업계 최초로 '수출 1만불'탑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다소 주춤했던 에스콰이아는 패션그룹형지를 만났다.
형지에스콰이아로 다시 태어난지 1년. 이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장 샤를 드 까스텔바쟉을 론칭하며 화려한 도약을 꿈꾸는 형지에스콰이아의 강수호 대표를 만났다.
◆새로 출범한 형지에스콰이아의 수장을 맡았다. 어깨가 무겁지 않은가.
처음에 패션업계에 몸을 담은 계기도 형지의 비전을 믿었기 때문이다. 쟁취하고자 하는 도전과 공격적인 실행력, 패션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목표가 형지에 있다. 이런 형지와 수십년 전통을 자랑하는 에스콰이아가 만났다. 현재 우리 공장에는 경력 20년이 넘은 구두명장만 51명이 넘는다.
이들은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의 구두를 직접 만든 구두 품질의 산 증인이다. 최근에는 구두 뒤축이 자동 복원되는 'E-리턴'과 밑창 자동 펌핑으로 신발 내부 공기 순환을 돕는 'E-에어' 등 독자적인 특허 기술도 획득했다. 대한민국 대표 패션인 형지와 품질의 대명사 에스콰이아가 함께라면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 자신한다.
-우선 과제는 이미지 혁신이다. 그에 따라 올해 사내 모토를 '55 years YOUNG'으로 정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연예인 모델을 기용, 유머 코드를 가미한 세련된 광고도 방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물론 이미지만은 아니다. 고급 수입화 공법과 기능적인 차별성을 유지하면서도 원가 절감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실제 구매하도록 브랜드 유전자 자체를 바꿔가고 있다.
질 좋은 유통망 확보와 백화점 입점도 중요하다. 단지 매장이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형지에스콰이아로 합병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실점포 정리 철수다. 현재는 개선과 안정화 단계를 거친 매장 260개를 운영 중이며, 올해 말 3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인수 당시 롯데에만 입점된 상태였지만, 형지에스콰이아로 거듭난 뒤 롯데뿐 아니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채널 74곳을 꿰찼다. 국내뿐 아니라 백&액세서리 브랜드 '장 샤를드 까스텔바쟉'을 필두로 중국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형지그룹이 인수한 장샤를드 까스텔바쟉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백·액세서리 부문이 최상위 아닌가.
-맞다. 까스텔바쟉은 1968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명품 브랜드로, 의류와 잡화뿐 아니라 리빙 브랜드로도 확장할 예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장 최상위 브랜드인 백·액세서리 부문을 맡았다. 브랜드의 선두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신념 속에서 핸드백을 캔버스 삼아 디자이너 까스텔바쟉만의 아트를 담아냈다.
또 버버리, 프라다 등 해외 명품 브랜드의 원자재 공급, 제품 생산 등을 맡고 있는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최고급 자재와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제품에 투입되는 원가율은 경쟁사에 비해 10% 이상 높이고, 가격은 70% 선으로 책정했다. 가격도 제품도 ‘착한 명품’을 만들어 보자는 저희의 취지에 대한 유통업체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유통 마진을 대폭 절감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형지에스콰이아 합병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브랜드라 기대감이 클텐데.
-판교 현대백화점에 첫 매장을 연 시기가 8월 말이었다. 백화점 가을 개편 시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11개 주요 백화점에 이 브랜드가 들어갔다. 개편 시기가 아님을 고려했을 때 유통업계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성과다.
유통업체들이 우리 브랜드의 상품성을 인정하고 그 가치에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내년 상반기에 추가적으로 백화점 매장을 확보하며 약 20개 정도까지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부 면세점과도 협의가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오픈이 가능할 전망이다.
논현동에 위치한 플래그십 갤러리는 1층은 매장으로, 2층은 고객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는 문화와 예술 공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주 명사들의 강연, 젊은 예술인들의 무료 전시 등이 진행된다.
또 TV 광고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브랜드 모델 활용 계획에 대한 질문이 늘었다. 모델은 소비자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아트를 사랑하고 명품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모델로 고려해볼 수 있다.
◆ 침체된 국내 제화 등 패션 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될까.
-이미 대한민국에는 숨겨진 백·액세서리 분야 세계 챔피언들이 많다. 버버리, 프라다, 발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가죽을 공급하는 회사가 바로 한국의 '해성아이다'로, 글로벌 1위 원부자재 회사다. 제품을 재단하고 바느질하는 'JS 코퍼레이션' 역시 글로벌 4위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좋은 소재, 좋은 가공이라는 토대가 갖춰진 나라다.
단, 글로벌로 진출하는 회사가 드물다. 흔히들 한국에서 위치를 공고히 한 후 글로벌로 나가고자 하는데, 막상 국내 경쟁도 힘들다. 고비용의 원가구조, 과도한 마케팅비용, 정체성이 부족한 상품 등 원인은 많다.
이제는 론칭 시점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을 펼칠 때다. 브랜드 철학이 분명해야 하고, 해외시장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브랜드 이야기, 콘셉트를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한다. 광고 하나를 만들 때에도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를 염두에 두는 것은 물론이다.
대한민국은 직업훈련·기능수준 기능을 가늠하는 기능 올림픽에서 2007년부터 작년까지 5연패를 달성했다. 양궁과 골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 역시 정교한 손재주와 탁월한 집중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몇몇 나라를 빼고 50년이 넘는 제화명가를 갖고 있는 나라가 드물다.
한국은 명품 신발의 탄생을 위한 정밀한 손재주, 기발한 특허기술, 50년이 넘는 장인정신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 형지에스콰이아가 이에 앞장설 수 있고, 실제 앞장서고 있다고 자부한다. 형지와 함께 한지 1년, 에스콰이아의 즐거운 도전은 서서히 열매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