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문화와 싸우는 일본 직장 여성들

2016-10-17 15:19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일본의 많은 여성들은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자신의 진로가 어떻게 끝날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일본의 많은 대기업은 신입 직원을 종합직과 일반직으로 따로 뽑기 때문이다. 종합직으로 뽑히면 전략 기획과 같은 핵심 업무를 맡고 일반직은 보조적인 업무를 맡는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승진이 제한된 일반직에 머무르기 때문에 종합직과 일반직은 ‘경영직’과 ‘엄마직’으로 통하기도 한다. 

미국 CNN머니는 일본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샐러리'맨' 문화 속에서 유리천장에 부딪혀 좌절하고 있는 상황을 조명했다. 

일본 여자 대학교의 오사와 마치코 교수는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은 ‘시시한 일자리’를 끌어안고 있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뿌리 깊은 남성 중심적인 기업 문화는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CNN머니는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직업을 원하지만 사회에 진출하지 하지 않고 있는 여성 인구는 300만 명에 달한다.

일부 기업들은 여성들의 기업 내 승진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기도 한다. 닛산의 경우 여성 임원은 9.1%를 차지한다. 직원이 100명 이상인 기업들의 평균치인 8.3%에 비해 높다.

닛산의 ‘다양성개발부’를 이끄는 고바야시 치에(48)는 닛산이 채용 시 직무를 종합직과 일반직으로 나누지 않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닛산은 넉넉한 육아휴직, 유연한 근무시간, 커리어 멘토링, 회사 내 보육시설 등의 정책을 내세워 여성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다.

가루비나 시세이도 등과 같은 일본 대기업들 역시 여성 근로자들에게 진보적인 정책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승진 기회가 비교적 많은 기업들은 고위 임원들이 외국인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CNN머니는 분석했다. 

그러나 닛산 역시 아직 일본 정부의 목표치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민간 기업들의 임원 15%를 여성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또한 지난 2월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가 91개국 2만2000여 곳의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한 결과 임원 경영진이나 이사회에서 여성이 많아지면 기업의 생산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기업에서 여성들은 종합직으로 들어가더라도 자주 유리천장에 부딪힌다고 호소한다. 다카하시 마리미(23)는 올해 4월에 대학 졸업 후 전자회사에 취직했는데 남자 직원들과 나는 무척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하시는 남자 직원들과 같은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때때로 업무를 주지도 않아 무척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장시간 근무하고 상사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조직에 대한 헌신을 증명하는 샐러리‘맨‘ 문화에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과거 일본 대기업에서 근무했으나 이제는 직장 여성들을 위해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후지마키 나츠코는 “일과 아이를 함께 돌보는 것은 진 빠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후지마키는 “나는 가정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는 많은 여성들을 만났다. 여성들은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변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올해 초 통과된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모든 기업들은 여성 직원들이 몇 명인지, 이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골드만삭스의 마츠이 케이시 애널리스트는 일본 기업들은 장기적인 진로에서 여성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케이시는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기업들이 스스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