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무거워진 LG전자, 홀로 '스마트폰 한국' 자존심 지켜낼까
2016-10-13 16:48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로 인한 ‘한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한 LG전자의 역할론이 확대되고 있다.
애플과 구글, 화웨이를 필두로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대대적인 연말 공세 속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내야 하는 임무를 LG전자가 홀로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의 기간은 미국의 성탄절 연휴, 중국의 춘절로 이어지는, 연간으로 볼 때 가장 큰 스마트폰 성수기 시장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자이자 업계 파트너로서 해외 경쟁사들과 경쟁해 왔다.
지난달 28일 한국에 먼저 출시한 V20은 첫 주에만 4만5000대 이상 팔린 데 이어 현재 하루 평균 약 4000대가 팔리는 등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LG전자는 오는 28일 V20을 미국에 출시한다. LG전자가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점을 볼 때 V20의 선전이 기대된다.
스마트폰 업계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애플의 아이폰7은 여전히 두터운 마니아층의 지지와 갤럭시 노트7 생산 중단의 여파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출시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구글은 첫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픽셀폰을 오는 20일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영국에서 판매 개시한다.
중국 화웨이도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스마트폰 생산 전망치는 3억1600만대에서 3억1000만대로 1.9% 감소하는 반면, 화웨이는 1억1900만대에서 1억2300만대로 3.4%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크게 뒤떨어지진 않겠지만 신제품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단 LG전자가 애플, 구글, 화웨이 등의 공세를 막아내야 할 수 밖에 없다"며 "두 업체가 하던 일을 (LG전자가) 홀로 막는 게 힘겨워 보이지만,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LG전자가 힘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전자와 양분해 온 LG전자가 갤럭시노트7 사태로 위기에 처한 경쟁사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V20 마케팅을 최소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V20 마케팅을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삼성전자의 자리를 해외업체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는 우리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생각을 임직원들이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국내 경쟁사의 몫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해외 경쟁사들과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시각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