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지배구조개편 급물살

2016-10-13 16:5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삼성그룹이 등기 이사로서 경영 전면에 나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발목을 잡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적군에서 아군으로 전향한데다 갤럭시노트7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는게 관측의 배경이다.

일각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주도로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이 서둘러 이를 확정지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발톱을 드러낸 엘리엇이 최근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며 제시한 주주제안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분사, 현금 특별 배당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서한을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바 있다.

이런 엘리엇의 제안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2%로 엘리엇(0.62%)보다 취약하다.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적으로 늘리려 해도 현재 삼성전자 주가 수준으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인적분할된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진다.

엘리엇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보게 되고,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짓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갤럭시 노트7 발화 문제를 '단종'이라는 초강수로 정면 돌파를 택한 이 부회장이 오는 27일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 이사로 선임될 전망인 만큼, 본격적인 3세 체제를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길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엘리엇의 요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은 "고작 0.6% 남짓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엘리엇이 시키는 대로 지배구조 개편을 하는 것은 모양새도 안 좋다"며 "엘리엇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조용한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주도적으로 더 좋은 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발의된 삼성 관련 법안들도 이런 움직임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할 경우 분할신설회사나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하는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 주식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하고, 분할승계회사에 대해서는 신주 발행 외 자기 주식 교부 행위도 금지토록 되어 있다.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식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게 입법 취지다.

야당이 다수인 20대 국회에서 이번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 사태 해결과 무관하게 국회의 시계는 흘러가고, 야당의 경제민주화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라며 "만약 삼성이 지배구조개편을 자발적으로 연기하고 내년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자사주 활용이 어려워지고, 결국 인적분할을 포기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주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삼성이 통 큰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이 경제민주화법 통과를 의식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경제 민주화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며 "야당을 다 합쳐도 의석이 60%가 안돼 새누리당에서 법안을 거부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이 법안 처리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은 실정을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