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척자’ 박세리 은퇴 “난 골프를 사랑했던 운 좋은 사람”(기자회견 동영상)

2016-10-11 14:49

[은퇴식을 앞둔 박세리가 1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오션 코스에서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은퇴식을 치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워터 해저드에 볼이 빠지자 맨발 투혼으로 샷을 시도했던 장면은 가슴 뭉클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속에 실의에 빠져 있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긴 영웅을 기억한다.

“난 골프를 사랑했고, 꿈을 위해 도전했고,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한국 골프의 ‘위대한 개척자’ 박세리(38·하나금융)가 필드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박세리가 더 큰 꿈을 품고 제2의 인생을 위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박세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영원한 스승’인 아버지 박준철 씨의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9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라일 앤드 스콧 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천재성을 드러냈다. 이후 1996년 프로로 전향한 박세리는 상금왕을 차지하며 한국 무대를 평정한 뒤 199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 합격으로 미국 진출에 나섰다.

199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박세리는 역사상 최초로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LPGA 챔피언십·US여자오픈)에서 거두며 화려하게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LPGA 투어 신인상에 이어 AP통신 올해의 여자 선수에 선정됐고, 2003년 최저타수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영예도 누렸다.

박세리는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25승, KLPGA 투어 14승(아마추어 6승) 금자탑을 세웠다. 통산 상금만 1258만3713달러(약 145억원)에 달한다. 또 지도자로서도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박세리는 올해 은퇴를 앞두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부 감독으로 참가해 박인비(28·KB금융)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박세리는 귀족 스포츠로 불렸던 골프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박세리가 프로에 입문한 뒤 20년이 지난 현재, 골프는 국민 스포츠의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 또 박세리를 보며 꿈을 키운 ‘세리 키즈’가 세계 여자골프를 점령하며 한국 골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오션 코스에서 열리는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은퇴식을 치른다. 위대한 영웅이었던 박세리의 마지막 무대다.

박세리는 은퇴식에 앞서 11일 같은 장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3년 전부터 은퇴를 생각했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많은 것을 얻어 행복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세리는 “골프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지금 떠나는 것이 많이 섭섭하지만, 은퇴 결정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며 “최고의 골프 선수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박세리를 기억할 때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놀드 파머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 후 선수로 얻은 명예를 갖고 나가 받은 사랑을 후배들을 위해 공헌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 운동선수들이 은퇴 후 삶에 대한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계획을 전했다.

이날 박세리와 함께 자리를 빛낸 마이크 완 LPGA 회장도 “LPGA의 ‘창시자처럼 행동하라’는 모토를 처음부터 끝까지 실천한 선수가 박세리다. 박세리를 통해 골프는 글로벌 스포츠가 됐고, 어린 선수들이 꿈을 키웠다”며 “박세리는 단순한 선수가 아니라 그 이상의 글로벌 스타였다. 나에게 큰 감명을 안긴 박세리를 앞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