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국회 정상화…속으론 ‘쟁점법안·세법전쟁’ 벼른다

2016-10-03 15:49
20대 국회 법안실적 ‘0건’…野 법인세 공조행보…丁 ‘예산부수법안’ 변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고있다. [사진=김세구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여야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국정감사 거부로 파행을 거듭하던 제20대 국회가 극적으로 타협하면서 그간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던 법인세 등 세법 전쟁과 입법 전쟁의 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기국회 꽃인 국감이 2017년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혈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노동개혁 5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근로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민생법안, 야당은 법인세 인상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을 고리로 파상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 20대 국회 법안실적 ‘0건’…막 오른 전쟁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이날 오후 2시 기준)에 따르면 국회의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2293건(정부 142건 제외)이지만, 본회의 가결 등 법률 반영(원안 가결·수정 가결·대안 반영)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20년 만에 3당 체제로 전환했지만, 협치는커녕 입법 기능이 마비된 셈이다. 역으로 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 때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차기 대선 정국에서 치명상이 불가피, 남은 기간 당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에선 노동개혁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을 비롯해 규제프리존특별법 처리 등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은 19대 국회에서도 기획재정부 등이 역점을 둔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20대 국회 들어 논의의 진척도 없는 상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를 넘기면 바로 대선 국면으로 전환된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내 강경파 등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정세균 방지법)을 고리로, 대치 전선을 형성해 여야 간 타협을 해낼지는 미지수다.
 

국회 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 野 법인세 공조행보…丁 ‘예산부수법안’ 화약고

야권은 법인세 인상 카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구간의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 국민의당은 현행 22%인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4%로 인상하는 안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적어도 명목세율 인상에서 법인세 ‘교집합’을 형성한 셈이다.

또한 국민의당은 이날 소득중심의 단일 부과기준 적용(전 국민 통합부과체계)을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4·13 총선 당시 이를 공약화했던 더민주는 지난 7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법인세 인상 등은 물론,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 커 여야 간 난타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예산안 및 예산부수 법안 상정 시기다. 국회의장의 예산부수법안 지정은 헌법상의 예산안 의결기한인 12월2일이다. 

오는 12월 초까지 여야의 중점 법안 논의가 공회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미르재단 등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검찰 개혁, 세월호 특별법 등 화약고가 산적,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며 “책임론보다는 서로 소통하고 협의해서 생산적인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