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밤새 잠 못 이루는 당신이 꼭 만나야 할 사람
2016-09-27 15:20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인생의 3분의 1 가량을 우리는 잠으로 보낸다. 텐진 완걀 린포체(Tenzin Wangyal Rinpoche)는 "놀랍게도 잠이 드는 순간에 우리의 의식상태는 꿈의 경로 더 나아가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한다. 고대 티베트 토착신앙인 뵌교의 꿈수행 전통을 체득한 린포체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알아차림도 없는 무지의 잠을 잔다고 지적한다.
길고 긴 수면상태에서 그날까지의 번뇌로 방황하며 혼란의 되새김질을 끝없이 반복하지만 ‘꿈 요가수행’을 통해서 무의식적인 ‘번뇌’의 경계를 알아차리고 그런 장애에 대해 ‘초월’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소중한 잠재력이 내면에 자리하고 있다면? 우리는 꿈속에서 매일 반복해서 수행을 하면서 그 잠재력을 키우고 그런 성장이 현실적에도 반영될 수 있다면? 그래서 보다 풍요롭게 행복하고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심지어 우리는 꿈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 못 하기도 한다. 만약 이 시간을 성장하고 개발하는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한시도 쉴 틈이 없는 바쁜 현대인에게 우리 인생의 25년 정도에 해당하는 잠을 유용하게 수행에 쓸 수 있게 린포체는 한 가지 전통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수행에 쓸 시간이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는 현대인들에게 25년을 보너스로 선물해주는 꿈 수행요가는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어차피 자야 하며 또 언젠가는 깊은 잠에 빠지는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꿈수행은 중음이나 사후에서의 수행과 깊은 연관을 가질 수 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 하는 보살은 잠에서 깨어난 사람을 말한다. 잠을 자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무지한 상태, 무명에서 깨어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티베트 꿈 수행의 요체는 장자의 꿈처럼 현실도 꿈이며 꿈에서 꿈을 꾸면서 계속해서 그게 꿈이라는 것과 꿈속의 꿈이라는 것까지 알아차리고 알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일 수 있다. 꿈 속에서 번뇌의 원인인 집착을 여의면 또 다른 꿈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 생도 꿈과 같은 삶이고 이 삶에서 다시 꿈을 꾼다. 꿈은 무의식이라고도 하는 심층을 알게 해주는 참으로 좋은 기회이다. 매일 죽음을 맞이하듯이 잠을 준비하면 어떨까? 꿈은 하찮은 게 아니라 수행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미래를 상징하는 새벽녘에 일어난 꿈의 경계를 세심히 관찰하면 된다. 실제로 꿈에서 온갖 신비한 체험이 이뤄지기도 하며, 마음먹은 구도와 자비, 연민 등에 대한 마음을 잘 간직하면 보다 맑고 밝은 꿈을 꾸며 미래에 반드시 성취를 이루게 된다. 내용은 다르지만 티베트의 꿈수행은 우리 참선수행에서 용맹정진을 통한 몽중일여, 오매일여와 같은 경지를 닦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리그민차 인터내셔널(Ligmincha International)은 오는 10월 1~2일(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예술공연장서 ‘꿈요가(Dream Yoga)’ 강연을 개최한다. 강연에는 '잠과 꿈을 통한 수행'의 저자 린포체가 강사로 나선다. 이 행사는 △'황금 태양의 빛', 뵌 전통에 관한 영화상영(한국어 자막) △질의응답(2회) △꿈요가 입문과 본론 △꿈요가 수련(2회) 등으로 진행된다. 자세한 것은 누리집(www.dreamyoga.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텐진 완걀 린포체는 1959년 중국의 핍박을 피해 인도 암리트사르로 피난해온 불교 라마 아버지와 뵌교 수행자 어머니 사이서 태어났다. 10세에 인도 돌란지 사원에서 스승인 로폰 상게 텐진 린포체로부터 키웅틀 린포체의 환생으로 인정받았다. 13세에 뵌교와 불교 스승들 지도 아래 수련했다. 1986년 11년간의 뵌 변증법학교 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위에 준하는 게셰학위를 받았다. 졸업과 동시에 인도 다람살라 티베트 망명정부 문헌·아카이브 자치부 수석으로 임명됐다. 티베트 전통 뵌교의 라마이며, 뵌교의 연구와 수행을 위해 설립된 리그민챠 인스티튜트(www.ligmincha.org)의 창립자이자 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