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감] 교문위 '반쪽' 국감…문체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절차 문제 없어"

2016-09-27 15:33
조윤선 문체부 장관 "법률자문 결과 형법상 고발사항 없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절차와 관련해 형법상 고발사항은 없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0)은 27일 야당 단독으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의 '부실·위조 서류 제출' 의혹과 관련해 "출연금을 낸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두 재단을 고발해야 한다"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정부법무공단에 문의한 결과"라며 이같이 답했다.

조 장관은 또 재단 설립의 문제점을 묻는 노 의원에게 "대면회의를 하지 않고 창립총회 회의록을 제출한 것 등은 부족한 점"이라며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데 제출한 점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문체부 및 문체부 소관 기관 15곳을 대상으로 했지만, 야당 의원들만 참석하며 사실상 미르·K스포츠재단 집중 추궁의 장이 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체부 산하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추진한 사회공헌재단의 경우 허가받는 데 38일이 걸렸고, 2017 FIFA20월드컵조직위원회도 13일이 걸렸다"며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면밀하게 검토해 인허가를 내주는데, 개인이 하는 재단을 하루 만에 내줄 수 있나"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두 재단의 설립총회 회의록이 똑같은 점을 지적하며 "한 사람이 써서 등록해서 허가를 내주고, 현판식도 바로 했다는 거 아니냐. 사전에 다 모의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또 "모금 경로도 의심투성이"라며 "모 기업 임원은 '이승철 전경련 상임부회장은 청와대 비선의 역할이 아니고서는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더라. 그 주역이 최순실 씨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손혜원 더민주 의원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문화융성위원회·한식재단 등이 주관하는 한식 세계화 사업 가운데 프랑스의 유명 요리학교 에꼴 페랑디와 진행하는 사업에 미르 재단이 관여해 왔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2013년 김재수 농림부장관이 당시 사장으로 재직했던 aT가 한식세계화 사업을 주관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미르 재단 설립 한달 만에 에꼴 페랑디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며 "이 요리학교를 본격적으로 한국에 끌어들이기 위해 미르재단을 만든 게 아닌지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두 재단의 부실·위조 서류 제출 의혹을 제기하며, 재단 인허가 취소를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두 재단의 출연자·설립자들이 애초 생각했던 소기의 목적을 잘 완수하고, 향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과 규정에 정해진 대로 관리·감독해 나갈 것"이라는 등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조 장관은 두 재단이 박 대통령 퇴임 대비용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퇴임 후에 두 재단을 통해 업무를 보거나 재단에 의지할 상황이 아니라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답변에 동의한다"며 "미르재단은 한식세계화를 위한 교육 사업을 담당하고, K스포츠재단은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를 지원하는데, 과연 대통령이 퇴임 후 이런 사업을 담당하는 재단에 관여할 일이 있을까"라고 선을 그었다. 

권력실세 개입 논란 한 가운데 있는 최순실 씨에 대해서도 "제가 알지 못하는 분"이라며 "언론보도를 통해 그 분의 가족관계 정도만 알고 있다"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이에 유성엽 위원장(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이 의혹과 관련한 증인채택에 전혀 협조해주지 않고 있는데, 진상규명은 우리 국회가 해야할 의무이기도 하지만 정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증인채택이 안 되면 사정을 해서라도 김종덕 전 장관과 박민권 전 차관이 나오게 하거나, 조 장관이 김 전 장관을 만나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과 박 전 차관은 미르재단과 스포츠재단이 설립될  당시(각각 2015년 10월, 2016년 1월) 문체를 이끌던 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