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제철의 모태’ 인천공장을 가다…내진용 강재 주력 생산기지로 재주목
2016-09-27 14:14
단일 전기로 공장 중 세계 최대 규모 자랑
330만t 건축용 H형강·철근 대량 생산 체제
330만t 건축용 H형강·철근 대량 생산 체제
공장 입구를 가로 질러 들어가니 직진하니 가장 먼저 북항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북항에는 벌크선으로 수입산 철스크랩(고철)을 하역하는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웬만한 5층짜리 건물 높이와 맞먹는 철스크랩 더미들은 전기로 공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다.
현대제철은 시황에 따라 차이는 있기는 하지만 철스크랩의 60%는 국내에서, 40%는 수입산을 쓰고 있다. 녹이 빨갛게 슨 철스크랩들은 전기로로 들어가 말끔한 새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제철이 자랑하는 ‘자원순환형’ 생산 체제다.
H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120t 공장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제강라인에서 빔 블랭크(Beam Blank)는 가열로에서 달궈져 나오기 무섭게 압연라인에 투입됐다.
압연라인을 통과해 최대 90m로 길이가 늘어난 빔 블랭크가 전단기를 통과해 교정기를 거치면 최종 제품이 완성된다.
인천공장은 현대제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1953년 ‘대한중공업공사’라는 사명으로 국내 최초의 철강회사로 출발한 현대제철의 태동지이기 때문이다.
이후 충남 당진공장 준공 등 ‘일관제철소’로 거듭나기까지 인천공장은 묵묵히 현장을 지켜왔다. 직원들 역시 현대제철의 역사가 인천공장에서 시작됐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최근에는 경북 경주를 중심으로 잇따라 일어난 대규모 지진으로 내진용 철강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현대제철 내에서 인천공장의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2005년부터 건축구조용 압연 H형강(SHN)과 내진용 철근 등 내진용 자재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공급 중이며, 그 중심에는 인천공장이 있다.
SHN은 내진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에너지 흡수능력, 변형능력, 용접성, 내충격성 등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건축구조기준(KCB)에서는 지진에 견디기 위한 특정 골조에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을 정도로 탁월한 성능을 갖췄다. 국내에서는 잠실 롯데월드 타워가 대표적인 적용 사례로 꼽힌다.
이성민 현대제철 전기로제품개발1팀장은 “현대제철은 그동안 내진용 강재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고객사들의 인식을 전환해 실제 건축물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내진용 강재 시장 확대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2006년 400t에 불과했던 SHN 판매량이 2013년 17만t, 2014년 29만t, 2015년 49만t을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8월까지 43만t을 판매했으며, 전체 현대제철 H형강 판매량의 20%를 넘어섰다.
또한 내년부터 2층 이상 신축 건축물은 반드시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도록 건축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당장 3분기부터 포스코,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 간의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내진설계 의무는 1988년 도입됐으나, 현재까지 전국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6.8%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내진용 강재는 합금철이 투입되기 때문에 일반용 강재보다 제조원가가 다소 높다. 현대제철은 당분간 내진용 강재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고객사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일반용 강재와 같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향후에도 차별화된 제품 기술력 및 마케팅을 통해 내진용 강재 저변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