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단식농성·1인시위 '초강수'…여야 강대강 대치 심화

2016-09-26 16:29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부터)가 26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의원들의 지지방문을 받고 정진석 원내대표,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등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이정주 기자 = 새누리당이 결국 당 대표 단식농성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농성을 철회하는 조건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다.

지난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 장관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자 국회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여당이 의사일정을 모두 거부하고 정 의장의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전면전에 나서면서 상황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26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저는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오늘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 의장을 '정 의원'으로 격하해 부르기로 했다. 

이 대표는 "정세균 의원이 파괴한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서 저는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면서 "'거야'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본회의에서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새누리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날은 본회의장 당시 정 의장의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며, 정 의장이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는 지적도 했다.

새누리당이 공개한 녹취록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투표가 이뤄질 당시였다. 정 의장이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로 했는데 안 내놔. 그래서 그게 맨입으로, 그냥은 안되는 거지"라고 한 말이 의장석 마이크를 통해 본회의장 영상기록으로 녹음이 됐다. 상대방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여당 측 주장이다.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다시금 전력을 가다듬은 새누리당은 이 대표의 단식농성과 더불어 릴레이 1인시위 등도 진행키로 했다.

'여소야대'의 기세에 눌린 새누리당에서는 의도치않은 계파 간 화합도 연출됐다.

민경욱 당 원내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오늘부터 최고위 회의를 정세균 사퇴 관철 비대위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인 조원진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비박(비박근혜)계 인사인 김성태 의원이 추진본부장으로 추대됐다. 이들을 중심으로 매일 오전과 오후, 하루 2차례씩 의원총회를 열고 전략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당 소속 의원들 간 릴레이 1인 시위는 오전 의총이 끝난 직후인 정오께부터 시작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5선 중진의 원유철·정갑윤 의원, 4선의 최경환·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심재철 국회 부의장, 최고위원인 조원진·이장우·강석호·최연혜 의원 등이 나섰다.

첫 주자로 나선 김무성 전 대표는 로텐더홀 한가운데 서서, 정 의장의 녹취록 발언과 함께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은 물러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30여 분간의 1인 시위 직후 본지 기자와 만난 김 전 대표는 "(이번 사태는) 정 의장이 당연히 잘못한 행위"라며 "정 의장이 중립을 지키고 여야가 협상을 할 수 있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 국회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그는 "법을 떠나서 의장이 시비(是非)가 걸릴 일을 하면 안 된다"면서 "시비가 걸릴 것 같으면 의장이 (여야 간에서) 중재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