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What to do'와 'What to be'의 차이

2016-09-26 08:48

                              정치부 이정주 기자

‘나는 한 번도 어떤 자리에 오를 것인가(What to be)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만 늘 무엇을 해야 하는가(What to do)에만 집중했다’

얼마 전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김용 세계은행(WB) 총재가 한 말이다. 20대 국회 개원 후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망감이 컸다. 국회 입성 후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을 의원들에게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취재 또는 인터뷰를 핑계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화를 하며 이 질문을 빼놓지 않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자리’가 아닌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척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북핵, 김재수 해임건의안 가결 등을 두고 국회는 여전히 시끄럽다. 각 이슈마다 계파의 이해득실, 이익집단, 정국주도권 등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것이다. 현대 정당정치에서 모든 이슈에 대해 오직 ‘국익’과 ‘신념’을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강요하는 건 무리다. 다만, 백번양보해서 어떤 이유로 찬반을 택하든 간에 ‘하고 싶은 것(What to do)’에 대한 단 한 번의 고민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고작 ‘특정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법안이나 쟁점에 대한 찬반을 취하는 행태보단 나을 듯싶기 때문이다.

사실 ‘자리’에 집착하는 맹목적인 목표지향주의가 입법부를 장악한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 모두 국회의원 개개인의 탓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근본 원인은 우리 교육 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부터 ‘명문대’, ‘판검사’, ‘국회의원’ 코스를 선망의 대상으로 교육받아온 결과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모두가 과열 경쟁을 벌이다가 막상 자리에 오른 후엔 열정이 식어 목표의식을 상실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국회의 발전을 위해선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질적 향상을 위해선 교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병행해야 한다. ‘자리’보다 ‘성과’에 가치를 두는 사회적 토양을 만들기 위해 중지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