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승 양방웅의 노자와 장자이야기
나비에서 꿩으로

음양지환(陰陽之患)

(섭공(葉公) 자고(子高)가 사신으로 제(齊)나라에 가기 전에 공자를 찾아갔다.)

자고: 초나라 왕께서 저에게 부여한 사명이 막중합니다.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일찍이 선생님께서는 "만일 임무를 달성하지 못하면, 처벌을 당할 것이고, 성공해도 걱정으로 심기가 약해져 ‘음양지환(陰陽之患·음양의 불균형으로 생기는 병. 성적 불만족 여성의 불면증·불안 신경증·히스테리 발작 등 히스테리아(Hysteria)증세)’이 반드시 생길 것이다. 성공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불문하고, 우환을 당하지 않을 사람은 德을 갖춘 사람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자: 천하에는 지켜야할 계율이 두 가지가 있지요. 하나는 ‘명(命)’이고 다른 하나는 ‘의(義)’입니다. 자식으로써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하늘이 부여한 인성의 근본인 命이라 합니다. 신하가 임금을 義로써 섬기는 것은 인위적 규범으로, 어디를 가나 임금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천지 사이에 이 계율에서 벗어날 곳이 없으니, 이를 중요한 규율, 즉 대계(大戒)라 할 수 있습니다.

신하나 자식이 된 자는, 부득이하게 어떤 일을 처리해야할 사정이 있기 마련인데, 그럴 경우에는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려야지요. 어찌 살기를 바라고 죽음을 두려워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무릇 가까운 나라와의 교제는 신의로써 관계를 맺고, 멀리 있는 나라는 충실한 말로써 맺는 것인데, 그 말은 반드시 사신을 통하여 전달되지요. 양쪽이 기쁜 일이나 분노하는 일을 말로 전달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양쪽이 모두 기쁜 일은 좋은 말로 과장해요. 양쪽이 분노하는 일에는 첨유가초(添油加醋·기름을 첨가하고 초를 치는 것을 일컬음)하여 일이 더 나빠지도록 하지요. 이렇게 첨가한 말은 모두 허망하고 진실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신뢰가 엷어지면 그 말을 전하는 사신이 화를 입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과장하지 않고 평범한 말로 전하면, 거의 안전하다’라는 말씀이 전해오는 것이지요.

또 기교로써 힘을 겨루는 사람은 시양졸음(始陽卒陰·시작은 따뜻한 분위기(陽)로 열지만 끝은 차가운 음모(陰)를 드러내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권모술수도 부립니다. 술자리도 처음에는 점잖게 음주하던 사람이 끝에는 언제나 난장판이 됩니다. 그것이 지나치면 음란한 쾌락이 나타납니다. 어떤 일에나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서로 좋게 시작하지만, 끝에선 서로 속이지요. 시작은 간단한데 끝에 가서는 일이 엄청나게 커지고 거칠어집니다.

언자풍파(言者風波·말이란 바람에 이는 물결처럼 쉽게 변함)이기 마련입니다. ‘행위’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어서 위험을 초래하지요. ‘분노’는 언제나 말이 간교하거나 일방적인 때 생깁니다. 항상 음양지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잘 돌보는 게 최고입니다. 하명을 진실하게 전달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