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 외교부장 "북핵과 미사일 개발 저지위해 더 엄격한 조치"

2016-09-14 09:46
윤병세 장관, 13일 밤 왕이 부장과 전화통화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가 지난 7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중·아세안 정상회의를 갖기 위해 왕이 외교부장(오른쪽)과 함께 회의장인 국립컨벤션센터로 걸어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 "새로운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를 채택해 북한에 더욱 엄격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왕 부장은 13일 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외교부가 14일 전했다.

대화 모색을 병행한 북핵 해결을 주장해 온 중국이, 한미가 강조하는 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 필요성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중국의 실제 협조 여부가 주목된다.
 
왕 부장과 윤 장관은 이날 1시간10분 가량의 통화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에 대해 평가를 교환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이번 핵실험은 강도·주기 면에서 과거와 차원이 다른 심각한 도발 행위라며 "질적으로 달라진 북한의 위협에 대해 국제사회도 다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왕 부장에게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강력한 안보리 결의를 신속히 채택해 북한이 잘못된 행동에 높은 대가를 치르게 하고, 추가 도발을 억지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협력을 요청했다.

한중 양국이 공유하는 북핵 불용 및 북한 핵실험에 대한 단호한 반대 입장이 안보리 제재 결의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양국의 유엔 대표부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그는 강조했다.

아울러 양측은 향후 대응 방향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각급에서 지속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간의 후속협의를 열기로 했다.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10일 전화 협의를 한 바 있다.

다만, 외교부는 이날 북핵 관련 협의 이후 윤 장관과 왕 부장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에 대해 양측의 기본 입장을 간략하게 교환했다고 밝혀 중국이 사드 배치에 재차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양측이 사드 관련 소통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왕 부장과의 통화에 앞서 25분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지난 수십 년간 한반도와 동북아에 긴장을 조성한 장본인은 북한이며, 우리가 취하는 조치는 자위를 위한 방어적인 것"이라는 점을 피력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러시아가 '역내 긴장 고조 사안'으로 비판하는 점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모험주의적 행동'으로 규탄하고, 안보리의 새 제재결의 채택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확인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다만 "다양한 외교적 해결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가자"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한러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갖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