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많고 비전 없다”…공직사회에 부는 이상기류
2016-09-12 15:13
승진 못하면 낙오…과장급 민간기업 이직 늘어
국장급 승진 바늘구멍…공무원 사명감 잊은 지 오래
국장급 승진 바늘구멍…공무원 사명감 잊은 지 오래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21세기 인기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공무원 사회가 최근 잇따른 이직으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은 많아졌는데 승진 등은 더 좁아지면서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이직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공직사회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들어 가속회되는 추세다. 이미 국장급에서는 2년 전부터 지자체 경제부지사에 공모하는 등 일찌감치 공직사회를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4년에는 이태성(행시 29회) 재정관리국장을 비롯해 5~6명이 지자체 경제부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은 기재부 내부에서 상당한 인사적체로 신음하던 시기다. 당시 해외주재관들은 임기를 꽉 채우고도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실장급은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묶여 산하기관장조차 쉽지 않다. 최근 문창용 세제실장은 관행처럼 이어진 관세청장 자리를 가지 못한 채 관직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실·국장급 위치에서 자리를 보전하지 못하자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급이나 고참 서기관들은 벌써부터 이직 준비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실제로 공직 경력 10년차 이상인 과장급들 이탈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핵심 자원들의 이탈은 공무원 조직이 점차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유기적인 인사와 승진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행시 40회 대 기수를 기점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모든 경제정책에 관여하는데다, 올해는 정책적 부침도 심해 업무과다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기재부의 경우 박준규 국제기구과장(행시 41회)가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로 영입됐다. 박 과장은 국제통화기금(IMF)에 파견돼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는 등 국내·외 경험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10월에는 최모 서기관(행시 43회)이 사모펀드(PEF)인 JKL파트너스로 옮겼고, 같은 해 5월에는 동기 중 승진이 가장 빨랐던 박모 서기관(행시 46회)이 퇴직하고 두산그룹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초에는 김이태 전 부이사관(행시 36회·국장)이 지난 4월 기재부를 떠나 삼성전자 IR그룹 상무에 재직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직업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직장의 불안감이 높더라도 고액연봉과 업무량을 감안해 민간기업 이직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민간기업에서 공직사회로 신분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공직 이력을 통해 민간기업으로 가려는 공무원들이 많아졌다는 게 씁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