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안 그레이’는 우리 뮤지컬계의 새로운 시도가 될겁니다”

2016-09-08 09:11
기존 뮤지컬들이 다루는 정치적 로맨스 아닌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차별화
오스카 와일드의 철학 선별하는 데 어려움 많아

배우 홍서영(왼쪽부터),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이 지난 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프레스콜 행사에서 한자리에 섰다.                                                                          [사진=씨제스컬쳐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전형적인 뮤지컬은 아닙니다. 색다른 시도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칭찬과 질타를 동시에 받을 것 같아요. 지금은 홀가분한 기분입니다.”

도리안 그레이의 연출을 맡은 이지나 연출은 지난 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이번 작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아일랜드 출신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새롭게 각색한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영국의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맞바꾸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뮤지컬 중 다수가 서양원작을 뮤지컬화 한 것처럼, 도리안 그레이 역시 서양의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렇지만 기존 서양원작 뮤지컬이 신분 계급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로맨스와 결합한 정치적 로맨스를 많이 다뤘다면, 도리안 그레이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시도했다.

이번 공연의 대본을 맡은 조용신 작가는 “이번 작품은 낯설 수 있지만 현대인들이 한 번쯤 고민하고 생각했을법한 아름다움과 젊음, 쾌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뮤지컬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원작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철학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그 중 하나의 주제를 정해 뮤지컬로 만드는 것이 제작진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나의 작품으로 와일드의 모든 사상을 전하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이지나 연출은 “너무 많은 아름다운 대화와 상황들을 포기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고민 끝에 뮤지컬을 기준으로 원작을 표현하는 것이, 원작을 억지로 뮤지컬에 맞추는 것보다 맞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얻었다.”며 “눈, 귀, 가슴 등 오감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총체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이 작품을 설명했다.

원작자인 와일드의 가치관은 등장인물인 헨리 워튼을 통해 구현된다. 세기말 ‘신은 죽었다’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에서 인간이 가졌을 공포심과 경이로움, 도덕관에 대한 인간의 새로운 시선이 헨리를 통해 전달된다. 이는 미의 창조를 예술의 유일지상의 목적으로 삼는 ‘유미주의’로 이어진다.

헨리 역을 맡은 배우 박은태는 “유미주의를 다 표현할 수는 없었다. 결국엔 니체가 말한 초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인간의 본성에 집중하면 인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유전자적인 본능을 발휘한다면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초인으로 인간의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배우 시아준수, 박은태, 최재웅, 홍서영이 출연하는 도리안 그레이는 10월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배우 박은태가 지난 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프레스콜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씨제스컬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