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신영자 경영활동 없이도 수십억 급여 챙겨
2016-09-05 07:43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뚜렷한 역할 없이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10년간 400억원의 급여를 받은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맏딸 신영자 롯데문화재단 이사장도 횡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5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지난 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호텔롯데·롯데건설·롯데상사 등 한국 롯데 계열사 7~8곳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400억여원의 급여를 받은 점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부회장의 경우 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 이후 한국 경영에 대한 개입 사실을 부인해 왔다는 점이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7월 4일 발행된 일본 주간지 '다이아몬드'(週刊 ダイヤモンド, 약 13만부수 잡지)는 신 전 부회장과의 특별 인터뷰를 실었는데 여기에서 그는 "한국 경영에 관해서는 거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는 이미 지난달 31일 법원이 후견인(법정대리인)을 지정하면서 사실로 공인된 상태다.
법원은 심판문에서 2010년과 2012~2013년 분당서울대병원 외래 진료 당시 기억력·지남력(시간·장소·주변 등에 대한 인식능력) 장애를 호소한 점, 2010년경부터 '아리셉트', '에이페질' 등 치매 관련 치료약을 지속해서 복용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정상 사무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10억원), 롯데건설(5억원), 롯데쇼핑(16억원), 호텔롯데(10억원) 등으로부터 41억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았다.
특히 롯데쇼핑은 지난 2분기에만 무려 640억원의 영업손실(적자)을 내고도 올해 상반기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작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8억원의 보수를 줬다.
정신건강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작년 10월 총괄회장 집무실(소공동 롯데호텔 34층) 관할권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넘어간 이후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을 비롯한 그룹 어느 계열사로부터도 업무보고 한번 받지 않았다.
신영자 롯데문화재단 이사장의 급여에 대해서도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신 이사장은 현재 롯데쇼핑·호텔롯데·호텔롯데부산·롯데자이언츠 등의 등기 이사다. 그러나 롯데그룹 내부에서조차 신 이사장의 계열사 이사 역할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듣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신 이사장이 촉발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사건으로 지난 6월 이후 호텔롯데는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신 이사장 본인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이처럼 경영에 실질적으로 거의 기여한 바가 없는 오너가 80억원대 뒷돈과 횡령 혐의로 기소돼 호텔롯데 이미지와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지만, 호텔롯데는 올해 상반기 8억5000만원의 급여와 4억9600만원의 보너스까지 지급했다.
작년에도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으로부터 27억6800만원의 급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일본 급여 상황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처럼 신 회장도 일본 롯데 계열사에 이사 등으로 이름만 올리고 총 100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신 회장이 일찍부터 일본 롯데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며 정당한 보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