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센티브 포기할테니 갤노트7 신제품으로 교환하자” 직원 의견에 경영진 결심
2016-09-04 10:15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전자가 배터리 결함으로 갤럭시 노트7 전량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는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객의 목소리에 대한 경청과 함께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단절없는 소통이 큰 힘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치로 1조5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지출하고, 그 이상의 시장 선점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고객에 대한 신뢰 회복과 회사 단결력 고취 등 무형의 효과를 거뒀으며, 품질 프로세스에 재검토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문제가 불거진 뒤 사내 게시판에는 사태 해결방안을 앞두고 직원들의 의견이 게진됐으며 공식 발표가 임박했던 1일부터는 경영진들의 통큰 결정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해서도 게시판 글이 공유됐다. “우리 모두 갤럭시를 쓰는 고객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최선의 결정을 해주기 바란다”, “사전구매 고객, 초기 구매자들은 회사 입장에서 너무 고마운 분들이다. 이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우리의 미래다”는 등의 글은 물론 ‘어려운 상황일수록 경영진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결단, 확실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메시지가 잇따랐다. ‘더 이상의 이미지 실추는 안된다. 최선의 방식으로 리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게시판 글을 본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이 댓글을 올렸다. 고 사장은 사내게시판에 “사업부장으로서 문제를 유발하게 한 점 부끄럽게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면서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최종적인 몇 가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품질에 대한 경각심을 극대화하고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선사업부로 거듭나겠다. 매우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글을 올렸다. 고 사장의 글에는 1500여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에 회사의 타 사업부서 직원들도 격려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한 직원은 “무선사업부 직원은 아니지만 댓글을 보며 희망을 가졌다. 무선사업부 직원들의 자부심과 프로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발표를 맡은 홍보팀에는 ‘과감없이 알려라. 숫자까지 다 넣어서 알려야 한다’는 주문이 들어왔으며, 삼컨트롤 타워인 그룹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도 사태에 대한 많은 조언을 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무선사업부 수장을 맡아 삼성 휴대전화 사업을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이 과정에서 노키아와 모토롤라 등의 몰락을 목격한 그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가장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신제품 교환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3일부터 일선 서비스센터를 통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이상 여부에 대한 점검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첫 날 문제의 배터리 접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서비스 센터에서는 고객이 가져온 갤럭시노트7의 충전단자와 서비스센터 PC를 잭으로 연결해 PC에 깔린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터리의 전류량을 측정해 주고 있다. 10분여가 소요되는 검사를 통해 전류량이 4500mAh(밀리암페어시) 이상이면 불량으로 판정해 즉시 단말을 회수하고, 대체폰을 지급한다. 4,000∼4,500mAh이면 회수를 권하고, 기준치에 미달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면 대체폰을 제공한다. 대체폰은 제품을 교환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종로 삼성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전류량이 과도하게 높은 배터리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 즉시 회수하고 있다”며 “갤럭시노트7은 다른 기기 이상으로 접수되더라도 배터리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서비스센터와 콜센터는 주말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 일요일인 4일에도 평일처럼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갤럭시노트7 교환은 19일부터 시작된다. 교환은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이뤄진다. 삼성 서비스센터는 배터리 이상 점검만 할 뿐 교환은 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내년 3월까지 교환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환불은 이날부터라도 원하면 당장 가능하며,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환불을 받은 뒤 다른 모델로 교환할 수도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환불 가능 기간(구매 후 14일)을 연장하기로 함에 따라 14일이 지나더라도 환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구체적인 교환 및 환불 방식과 관련해 지침이 확정되는 데로 공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