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사태에 속 타는 美 소매업체들, 정부에 개입 촉구

2016-09-02 15:09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중요한 쇼핑시즌을 앞두고 물품을 쌓아두어야 할 미국 소매업체들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물류대란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 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산드라 케네디 소매산업지도자연합(RILA) 회장은 미국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사태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며 “소비자와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RILA는 미국 정부가 항만, 화물 처리업체, 한국 정부와 공조하여 한진해운 사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RILA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보다 명확한 방침을 제공하고 진행절차에 속도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RILA의 제시카 댄카트 디렉터는 중요한 연휴 쇼핑시즌을 앞두고 업체들이 물품을 가득 채워놓아야 하는 시기에 혼란이 발생했다며, “한진 사태는 그 어느 때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특히 시기가 좋지 않을 때 터졌다”고 지적했다. 

태평양을 건너는 무역 물량 중 7.8%를 차지하는 세계 7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터미널 운영사, 항만, 트럭업체 등은 돈을 받을 수 없을 것을 우려해 화물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행 화물은 아예 출발이 지연되거나 화물을 실은 한진해운 선박은 미국 입항이 거부되고 있다. 이미 도착한 화물도 처리가 되지 않아 항만에 그냥 쌓여있는 상태다. 부산항에서는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하역 작업이 30일부터 전면 중단되었고 채권자들은 한진해운의 일부 선박을 압류했다. 미국, 중국, 캐나다, 스페인 등지에서는 선박이 도로 돌려보내졌다.

WSJ은 54만 개의 컨테이너 수송이 며칠에서 한 달 이상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화주들은 부산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운임이 나흘 전만 해도 컨테이너당 1,700달러였으나 이제는 2,300달러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에 중요한 쇼핑시즌을 앞두고 물건을 쌓아두어야 하는 소매업체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WSJ는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타깃, 백화점 체인인 JP 페니, 의류 소매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홈디포 대변인은 한진 외에 해운사는 또 있지만 이번 사태가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며 비상계획에 따라 업무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타깃 대변인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피해 규모를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마트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우리가 입게 될 피해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한진해운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2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장난감 산업도 연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쇼핑시즌을 앞두고 한진 사태로 불안에 떨고 있다. 장난감운송연합의 제프 베그멘 이사는 “소속 회사들의 컨테이너 중 20%만이 한진과 계열사를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물품이 항구에 도착한 것까지는 들었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혼란이 얼마나 오래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베그멘은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