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당 이활의 생애-103]무역업계 자발적 참여로 수출 진흥자금 조성

2016-08-29 16:57
아주경제신문-한국무역협회 공동기획 (103)
제6장 재계활동 - (98) 수출특계(輸出特計)

목당 이활 한국무역협회 명예회장[일러스트=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68년은 한국 경제의 수레바퀴가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중진국으로 궤도를 바꾼 역사상 기록될 한 해였다.

1961년에서 1968년에 이르는 8년 동안에 경제규모(經濟規模)는 5배로 확대되고 산업구조(産業構造)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2차 산업이 21.8%(GNP 구성비)를 차지하여 공업국으로 변모하면서 수출입 구조도 공업국형(工業國型)으로 바뀌어 본격적인 고도성장(高度成長)의 기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964년의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선을 웃돌아 수출입국(輸出立國)의 세기적인 이정표(里程表)를 이룩하였다. 이에 정부는 수출(輸出)의 날을 제정하여 유공자들을 표창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그 뒤 연례행사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수출의 날에 회원 상사들의 표창식이 거행되는 것을 보며 목당(牧堂) 이활(李活)은 자기 일처럼 감격했다. 어찌 생각하면 이 승리는 목당 스스로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자기 궤도를 찾아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한국민의 슬기라고 믿었으며, 이 민족은 결코 버림받을 민족이 아니라는 희망이 솟구쳤다.

목당은 4·19 이후 다시 무역협회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그의 위치는 더욱 확고히 굳어지고 있었으며 이는 그의 인품의 승리이기도 했다.

정치를 한다는 국회는 난장판이었지만 무역협회는 질서 정연하고 활기찼다. 1968년은 한국무역협회사(韓國貿易協會史)에 있어서도 기록적인 한 해였다. 수출 진흥 특별회계(特別會計)의 설치로 대경제단체(大經濟團體)로 부상한 것이다.

1968년의 제7차 청와대 수출 진흥 확대회의에서의 일이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무역진흥 사업자금을 업계가 자체 부담하는 방안을 연구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의 무역성장사(貿易成長史)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무역협회가 무역 개척의 주체이고, 무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박충훈(朴忠勳) 상공부 장관으로, 무역협회와 박 상공부 장관이 한 수례의 두 바퀴가 되어 한국 무역을 이끌어 수출입국의 목표를 궤도에 올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수출 진흥 확대회의에서의 수출기금제(輸出基金制) 설치 제안에 박 장관이 적극성을 보여 협회와 의견이 활발히 교환되었다. 수입금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입통관세(輸入通關稅)와 같이 부과하여 기금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으므로 협회는 몇 차례 임원회(任員會)를 소집하고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대체로 찬성으로 의견이 기울어졌다.

문제는 법제화(法制化)하는 과제였는데, 국회에 제출하여 시비를 일으킴으로써 시간을 지체하기보다 상공부령(商工部令)으로 바로 실시에 옮기는 것이 좋다고 하여 그렇게 하였다. 이리하여 1969년 1월 1일붜 동제도(同制度)는 실시에 들어갔다.

(1) 수출진흥비(輸出振興費)에 사용하기 위하여 수입금액(輸入金額)의 1%에 해당액을 특수회비(特殊會費)로 징수한다.

(2) 자본금(資本金)은 수출진흥을 위한 목적에 한하여 사용하며 그 관리운용(管理運用)은 임원회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징수액(徵收額)은 적지 않아 실시 초년도인 1969년만 해도 20억 원을 약간 웃돌았다. 이 자금을 지원한 사업만 열거해도 다음과 같이 10여 건에 18억 원이 1969년 한 해 동안에 지급되었다.

대한무역진흥공사(大韓貿易振興公社)               1억8100만원
고려무역(高麗貿易)                                      1억원
의류제품기능공양성소(衣類製品技能工養成所)    7300만원
모발제품기능공양성소(毛髮製品技能工養成所)    6600만원
쉐타제품기능공양성소(쉐타製品技能工養成所)    5500만원
한국디자인포장(包裝)센터                              2억9300만원
산업합리화운동본부(産業合理化運動本部)          1300만원
한국무역협회(韓國貿易協會)                           9억4300만원
정부기관(政府機關)                                      1억300만원

기능공 양성소는 무역협회가 지원한 양성소에서 기능공을 양성시키면 관련 회원 상사에서 그 기능공을 고용해 가는 것으로, 가공수출제조업(加工輸出製造業) 회원 상사를 돕는 데 큰 몫을 했다.

수출진흥 특별회계 자금의 뒷받침으로 무역협회는 실질적으로 수출진흥의 주역(主役)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무역협회가 수출특계로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기에 이르자 일반은 주목했고, 따라서 다소의 부작용도 일어난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아무튼 수출기금의 설치는 한국 무역의 계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디딤돌이 되었고 한국무역협회는 한국 무역의 본산(本山)의 위치를 굳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