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불황에도 사람은 잡아라” LG의 인재경영

2016-08-29 16:14

LG신입사원들이 혁신제품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있다[사진=LG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거나 안 뽑으면 안 된다.”

지난 2008년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당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모든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구 회장의 공격적인 발언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구 회장은 “어려울 때 준비를 잘한 기업은 호황일 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으며 이를 실현하는 것은 사람이다"며 "구성원이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변화와 혁신의 중심은 우리 구성원들이며, 구성원의 자세와 생각이 LG의 미래를 결정한다”고도 했다.

단기적인 1등이 아닌, 50년, 100년 동안 지속하는 진정한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인재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믿음을 그룹 전 임직원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이같은 구 회장의 경영철학을 반영해 LG그룹은 경기의 호·불황에 관계없이 매년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LG그룹은 다음달 1일부터 LG 통합 채용포털 사이트인 ‘LG 커리어스(http://careers.lg.com)’를 통해 대졸 신입 공채를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공채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실트론, 실리콘웍스,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생명과학, LG CNS, LG상사, 서브원 등 12개사가 참여한다.

LG그룹 관계자는 "현재 각 계열사별로 채용 규모를 집계·확정하는 중"이라며 "정확한 채용규모는 미정이나 지난해 수준(2100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이번 공채에서 지원자에게 더 많은 입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대 3개 회사까지 중복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특히 입사지원서에 공인 어학점수 및 해외연수, 자격증, 수상경력,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관련 입력란을 없앴다. 지원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채용 상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아니면 받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현주소 등 입력란도 없앴다. LG그룹은 지난 2014년 10대 그룹 가운데 이 제도를 처음 실시했다.

LG그룹은 인성검사인 ‘LG Way Fit Test’와 ‘적성검사’를 통과하면 계열사 및 직무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차 직무면접과 2차 인성면접을 진행한다. 10월 8일에 그룹 공통 인적성 검사를 실시하며 11월까지 1, 2차 면접을 진행 후 12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LG그룹은 올해부터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먼저 신입사원 교육 내 이론강의를 최소화하고 육체적 단체활동을 폐지하는 대신 전체 교육과정의 약 40%를 창의적 고객가치를 제안하는 프로그램으로 바꿨다.

LG 신입사원 교육 담당자는 “미래 인재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창의성"이라며 "회사의 첫 시작인 신입사원 교육부터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