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37번째 타자는 영화 ‘올레’(감독 채두병·제작 ㈜어바웃필름· 제공 ㈜대명문화공장·배급 ㈜대명문화공장 리틀빅픽처스)의 주인공 신하균이다.

8월 25일 개봉된 ‘올레’는 인생에 적신호가 뜬 세 남자의 일탈을 그린 작품이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 대학 선배 부친의 부고 소식에 제주도로 모인 세 남자가 생각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번 작품에서 신하균은 대기업 과장에서 한순간에 희망퇴직자가 된 중필 역을 맡았다. 중필은 까칠하고 예민하지만 소심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특히 여자 앞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 혹은 마음에도 없는 말들로 상대를 상처 입히는 남자.

“과수원 키스신이 재밌었어요. 수탁(박희순 분)만큼은 아니지만 코미디스러운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중필은 (연기적으로) 코미디를 표현하는 게 적었는데 그나마 있다면 과수원 키스신 정도가 아닐까요? 찍을 때도 재밌게 찍었고요.”

신하균이 언급한 과수원 키스신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중필과 나래(유다인 분)가 키스를 하는 장면. 하지만 신하균은 키스신이 아닌 키스를 하는 과정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중필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래가 ‘어머!’라며 피해버리죠. 키스를 실패하고 둘이 머뭇거리면서 순식간에 어색해지는데 그게 참 재밌었던 것 같아요.”
소심한 중필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키스신. 나래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그는 타이밍을 재고 기다리다가 그녀에게 다가갔고, 나래는 갑작스레 입술(마치 키스를 처음 해보는 남자처럼)을 들이미는 그를 보고 화들짝 놀라버린다.

“이후에 나래가 힌트를 주고 다시 중필이 다가가는데 입에 한라봉을 잔뜩 머금고 있잖아요. 그걸 뱉는 장면은 애드리브였어요. 그 상황이 재밌다고해서 찍게 됐죠. 키스신 보다는 그 앞부분이 더 인상 깊어요.”

미묘한 연기 호흡으로 웃음을 끌어냈던 과수원 키스신은 영화 ‘올레’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