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이 뽑은 별별 명장면] ‘덕혜옹주’ 풍경이 주는 슬픔
2016-08-09 09:34
8월 3일 개봉한 영화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손예진은 고종황제의 외동딸 덕혜옹주 역을 맡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만 13세의 나이로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나게 되는 인물이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고민한 건, 사람들이 덕혜옹주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을까 하는 부분이었어요. 실제 덕혜옹주가 독립투사도 아니고 위인도 아니고 엄청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잖아요. 일본에 끌려가 지원을 받으며 살았고요. 하지만 자신만 생각했다면 잘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건 또 아니었고요. 거기에서 오는 아픔도 있었고, 내내 고국을 그리워 하고 살았고요. 관객들이 보시고 엄청난 교훈이 있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이런 인물이 있었고 한 번쯤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실재 인물을 연기하게 되었고,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점에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황녀라는 것은 곧 시대의 아픔과 인물의 비극성을 말하고 있으므로, 손예진의 고민과 걱정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손예진이 언급한 장면은 해방 후에도 입국이 거부 됐던 덕혜옹주가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신이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덕혜가 취재진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늙은 궁녀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 깊은 신이기도 하다.
“그 장면은 재연 다큐멘터리에 있던 내용이기도 해요.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뭉클하더라고요. 그 장면을 두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덕혜가 궁녀들을 기억하느냐, 못하느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복순(라미란 분)을 보고 더 크게 웃는 것도, 덜 웃는 것도,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찍어놨는데 감독님은 슬며시 웃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감독님 말대로 찍게 되었고 영화를 보고나니 그게 여운이 크더라고요.”
“그 장면을 위해서 고국에 돌아온 덕혜옹주의 모습을 많이 참고 했어요. 의상이나, 구부정한 등이나. 사실 가발을 썼으면 하고 바랐는데 막상 써보니 맞지 않더라고요. 외적인 모습을 최대한 갖추고자 했고 표정 같은 것은…. 사실 저도 제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이제와 말씀드린다면 정신이 없는 멍한, 동공 공허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