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4주년] 한류의 '퀀텀점프'…中 문화 끌어안기로 극복하라
2016-08-24 06:00
대체가능한 中과 달리 韓 생존문제…동아시아 문화 '교차점' 공략해야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궈민라오꽁'(民老公, 국민남편). 드라마 '태양의 후예' 출연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송중기를 중국에서 일컫는 말이다.
지난 6월엔 베이징에서 '송중기 부인'을 뽑는 대회인 '송부인 채용 박람회'도 열렸다. 앞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이미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 아이치이(愛奇藝)는 이 대회 우승자에게 송중기 팬미팅에 참가할 수 있는 특전을 부여했다. 태양의 후예 독점 생중계로 최소 350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진 아이치이는 이 대회를 비롯해 송중기 목걸이, 송혜교 원피스 등의 파생상품을 통해 또 한 번 1000억원 이상의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에서 한없이 잘나가기만 할 것같던 한류(韓流)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지난 7월.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물론 그동안 중국 내에서 "중국 방송이 한국 드라마만 내보낸다면 매국 행위와 다를 바 없다"(배우 장궈리), "중국 드라마도 방어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 드라마의 나쁜 점을 찾아 정면 공격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탤런트 탕궈창) 등 한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중국인 대부분은 한류에 호의적이었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 중인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연 배우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현지 팬미팅은 취소됐고,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맡아 촬영 중인 배우 유인나도 중국 배우로 교체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주형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는 "한류는 중국이 한국을 길들이는 데 가장 좋은 수단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중국 입장에선 정치·군사적 부담이 없고, 한국 문화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이 이동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한류는 철저히 '문화자본'의 논리대로 움직이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얽히고설켜 중국시장에서 쉽게 철수하기 어렵다. 이 교수는 "사드 문제로 중국 대학들과의 교류도 중단·연기된 상태"라며 "정치·외교적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문화·교육 분야의 꼬인 실타래도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 전문가들은 한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보와 문화의 공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가안보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한류 관련 산업이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한류를 제재하는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민족주의 감정에 호소할 수는 있어도, '먹고사니즘'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
이주형 교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구호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중국 문화를 객관적으로 포괄하는 한류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0~80년대 대만·홍콩, 1990년대 초반 일본에 이어 현재까지 중국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한류가 지속가능한 것이 되려면 동아시아 문화의 교차점을 공략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류가 동아시아 신냉전체제에서 정치·경제·외교·안보와 '따로 또 같이' 발전할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지금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