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4주년]中, 주력산업 5년이면 추월···韓 ‘신성장 산업’ 선점해야

2016-08-21 17:12
한·중 수교 24주년 <上> 新경제시대 연다
자동차·조선·기계 한국의 80% 수준, 철강·유화 등 소재산업은 거의 근접
5년 후 핵심소재·부품서만 우위 전망
이차전지·화장품·반도체·의약품 등 6대산업 육성 통해 수출 대체 나서야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고(故) 청암(靑岩)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생전 중국측의 기술이전 요청에 관대했다.

덩샤오핑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설립한 중국 최고의 철강업체 바오산강철의 제철소 스트럭처(구조물)도 청암이 만들어 준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바오산강철이 기술이전을 요청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반발하는 포스코 임직원들도 적잖았다. 이에 대해 그는 “줄 것은 주고 새것을 개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청암의 일화는 1992년 한·중 국교 수립 후 양국간 경제·산업 관계를 대변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국이었으나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은 국유화라는 한계로 인해 산업 경쟁력을 키워내지 못했다.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산업을 키워낸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중국 산업의 초기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산업 경쟁력을 키워낸 것처럼, 중국 또한 한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위상을 키워냈다.

◆“5년 후 12대 주력산업 중 한국 우위분야는 고급제품·핵심소재뿐”
산업연구원(KEIT)이 지난 6월 29일 발표한 ‘주력산업의 수출부진 원인과 구조조정 방향’ 보고서에따르면 중국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어 업종에 따라서는 품질 및 기술력에 있어 한국에 거의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12대 주력산업의 경우 대체적으로 중국의 가격경쟁력이 높은 수준인 반면, 품질이나 기술경쟁력은 업종간 차이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등 기계 분야는 중국의 품질 및 기술수준이 우리의 75~85% 수준에 머문 반면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 소재산업은 품질이나 기술수준이 한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했다.

가전이나 정보통신기 등과 같은 소비재 전자제품도 품질이나 기술 등에서 우리의 90% 이상에 도달했다. 반도체의 경우는 경쟁구조가 분리되어 있는데, 아직까지 메모리는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시스템반도체는 기술에서 중국에 뒤져 있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나 정유는 생산구조상 가격경쟁력도 우리보다 낮지만 최근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음식료는 가격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식품안전 등 품질에서 한국이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특성에 의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면서 모든 주력산업에서 한국의 경쟁우위 부문이 축소되고 경쟁 취약품목이나 경쟁 심화품목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향후 5년 후에 우리가 중국에 비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주력산업 품목은 일부 고급제품이나 핵심소재 및 부품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고급제품이나 핵심소재 및 부품 등은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중국과 경쟁이 심화되는 기존 주력제품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6대 신성장 산업서 경쟁 우위 찾는다"
12대 주력산업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이를 대체·보완하는 신(新) 6대 신성장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플라스틱제품, 축전지(이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 화장품, 의료용전자기, 의약품 등이다. 이들 산업은 1990년대 말부터 제조업 평균 성장률을 넘어서는 수출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을 부분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화장품은 한류 문화콘텐츠 확산에 힘입어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수출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의약품, 의료용전자기 등도 중국 인민 보건정책의 고도화로 수출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해당 산업은 패권을 잡으려는 중국측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흐름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