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양호 청장 "'속도·소통·협업'으로 기업 애로 해결"

2016-08-11 10:29

정양호 조달청장 [사진=유대길 기자]

[대담=김태균 아주경제 경제부장, 정리=김선국 기자] "'속도·소통·협업 행정'으로 기업 등 정책수요자의 애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정양호 조달청장은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효율성이 최우선인 기업에게 시간이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라며 "형평성에 초점을 둔 정부가 기업의 속도를 맞추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 2월 부임한 그는 조달청 직원들에게 '속도 행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속도감있는 정책 추진으로, 적시성이 중요한 기업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정 청장은 "현재 드론 등 기술선도형 신제품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벤처·창업기업 전용 쇼핑몰'을 구축하고 있지만, 항상 반발 정도 늦다"며 "하반기에는 보다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소통을 통한 협업'이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중요한 덕목이라는 그는 "경제·사회 구조가 나날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조달청 혼자 정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조달기업이 계약을 적절히 이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달청은 정부3.0 추진위원회 등 6개 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다수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의 달인이다. 조달청장으로 페이스북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에 친구요청 한도인 5000명을 넘어선 것만 봐도 짐작이 가능하다.

업무가 끝난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조달청의 정책설명, 일하는 방식, 책, 가족 이야기 등을 하루에 2~3개씩 작성한다. 직원과는 기관장의 정책방향을 공유하고, 일반국민에게는 조달업무를 알려 조달청에 대한 친밀감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본지는 '속도·소통·협업'이 최우선 국정 과제라고 말하는 정 청장을 만나봤다. 

◆산업부 출신 첫 조달청장의 업무스타일?

"조달청의 본래 기능인 국가 예산 절감 등 재정정책 지원도 필요하지만, 공공조달시장을 활용한 중소기업 육성 및 신산업 창출 등 정부조달을 통한 산업육성도 중요해지고 있다.

수요측면의 산업정책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달청 직원들은 '과거 기재부 출신 청장들이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장점이 있는 반면, 산업부 출신인 정 청장은 정책 추진과 입안과정에서 조달기업과의 현장소통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연간 55조원을 집행하는 조달청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지원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신산업 분야 제품에 대해서는 시장 창출을 위한 마중물(디딤돌) 역할을 해야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중소기업지원 문제는 ‘지원한다’는 차원보다 ‘억울함이 없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 성과가 없거나 비효율적인 제도나 정책을 신속하게 정비하고, ‘공정과 투명’이라는 잣대에 얽매여 기업의 창의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걸림돌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특히 민원처리기간은 단시간에 처리해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형평성에 초점을 둔 정부보다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외부와의 소통을 위해 본청은 물론 지방청 젊은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주니어보드’를 구성해 본청과 지방청 6급이하의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만들었다.

또 ‘자유학기제’‘해외조달시장진출’’기술력 있는 조달기업지원‘, ’여행상품개발 등 범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국정과제에 조달청이 협업차원에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과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 조달정책을 소개하고, 정보를 나누고 있다."

◆부당납품 등 공공조달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책은?

"공공조달시장에서 중국에서 저가로 수입한 제품을 자기가 생산한 것처럼 원산지를 속여 파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조달청은 생산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불공정행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공공조달 계약이행 확인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조달청은 지난 6월 정부 3.0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한국전력공사 등 7개 기관이 계약이행확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자료 공유에 합의했다. 

한국전력공사(전기사용량), 한국산업단지공단(공장등록증), 한국고용정보원(고용보험), 근로복지공단(산재보험), 한국에너지관리공단(고효율인증) 등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정보를 전자계약시스템인 나라장터로 통합키로 한 것이다. 이 시스템 구축사업은 정부기관간 벽허물기인 ‘정부3.0 7대 핵심과제'로 선정됐다. 

올해안에 전기사용량, 인력 고용 등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증 및 시험성적서 제공기관과 연계를 확대해 위·변조를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나라장터에 시스템을 공유해 자체 입찰하는 지자체․공공기관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범위를 늘려가기로 했다. 

공공시장에서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조달청이 현장을 정밀조사할 수 있도록 조달사업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조달시장의 CCTV인 ‘공공조달 계약이행 확인시스템’이 구축되고, 조달청의 불공정 조달행위 조사권이 신설되면 불공정한 조달행태를 바로잡는 초석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입에 대한 지원책은?

"벤처·창업초기기업의 육성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취임 이후 시장 진입과 판로 확대를 통해 벤처 및 창업초기기업의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10월에 기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거래가 어려운 신기술, 융합·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거래할 수 있는 벤처·창업기업 전용몰(벤처나라)을 구축한다. 

산업부, 중기청 등 유관기관이 추천한 기업 제품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벤처나라에 등록해 거래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기업과 공공기관간 1:1 견적 요청과 거래 기능을 구현하는 식이다. 

또 미래부(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을 통해 ‘새싹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기술력이 우수한 5년 이내 창업초기기업을 ‘새싹기업’으로 지정,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우수한 교육·컨설팅 정보를 새싹기업과 공유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의 공공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기술력이 우수한 5년 이내 창업초기기업을 조달청 새싹기업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공공기관이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수행해 공공판로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복안이다." 

◆드론 등 기술혁신형 제품의 판로 확대를 위한 대책은?

"현재 공공조달은 중소기업 보호와 기존 완성품 중심의 판로 지원이 주를 이뤄 신제품·서비스에 대한 수요 창출 기능이 미약한 상황이다. 인증제도를 기초로 혁신성을 평가해 실제 기술혁신의 유도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술혁신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구매와의 연계를 통해 선도적으로 시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 영국 등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혁신생태계 구축방안으로 공공혁신조달 제도를 운영중이다. 

공공혁신조달(PPI)이란 제품 개발 시 구매하겠다는 것을 미리 약정하고, 추후 약정에 부합하는 제품이 개발되면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조달청도 신제품·신서비스에 대한 연구개발(R&D) 촉진·구매연계를 통한 선도시장 창출을 위해 기술혁신형 공공구매 지원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우선 ‘무인이동체 발전 5개년계획’에 공공혁신조달을 도입하고, 소형 무인기 기술개발에 미래부와 시범구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조달 연계 확대를 위해 산업부와 ‘IOT기반 지능형 대기오염관리시스템’‘자율주행 무인운반차’ 등 신산업분야의 수요를 발굴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예산체계, 산업구조 등을 반영해 우리 실정에 맞는 기술혁신형 공공구매 제도의 도입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단기적으로 중기청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과 연계한 R&D 개발 제품을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하는 등 융복합·신기술 개발제품의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촉진하기로 했다." 

◆지자체와 ‘여행상품’을 개발했는데, 효과와 향후 계획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지고, 여행업계 불황으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조달청은 지자체와 협력해 안전보장과 교육효과를 볼 수 있는 여행·체험상품을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37개 여행·체험상품을 계약해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공급했다. 이가운데 군산지역(근대역사박물관) 방문객은 올해 상반기 45만1238명으로 전년 동기(34만807명)에 비해 32% 증가했다. 

서천 금강하구 생태학습도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이용실적이 지난해보다 1.6배 늘었다. 이 상품은 신청자를 전부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앞으로 조달청은 자유학기제 시행에 맞춰 지역별 특색을 담은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개발해 학생과 공공기관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신수양,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템플스테이 체험상품 등록도 확대하고 있다. 백담사, 심원사, 길상사 템플스테이 체험상품 등록을 시작으로 전국 123개 템플스테이 지정 사찰을 대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부산 해양레저안전체험, 대구 칠곡 호국안보, 대전 천연염색체험 등 지역별 특색을 담은 여행·체험상품 개발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양호 조달청장 약력]
▲경북 안동(1961년12월22일) ▲안동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시 28회 ▲미국 남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기후변화에너지자원개발정책관 ▲새누리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