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다 쓰러질라"…SPC, 쉑쉑버거 광풍에도 '벙어리 냉가슴'

2016-08-11 00:01

 

[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미국 뉴욕의 명물 버거' 쉐이크쉑(Shake Shack, 일명 쉑쉑버거)이 화려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운영사 SPC그룹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수백명의 대기줄이 늘어선 상황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쉐이크쉑의 대표메뉴인 '쉑버거'는 하루 평균 3000개가 팔리고 있다.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2시간가량의 대기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시간 내내 수백명의 사람들이 대기 중이다.

매일같이 매장 앞이 문전성시를 이룬 상황이지만 정작 SPC그룹은 불볕더위에 온열 질환을 겪는 사람이 생길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SPC 측은 일사병 예방 차원에서 노약자·임산부를 먼저 입장시키고 있다. 여기에 무료 우산 대여, 대형 선풍기 비치, 아이스팩·생수 지급 등 다양한 고객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 배치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 외 소비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방법도 고민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SPC의 조치가 단편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수백미터의 줄보다는 대기표를 끊어주거나, 명단을 만들어 연락하는 방식으로 대기방법을 바꾸는 게 어떻냐는 의견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SPC그룹으로선 현재의 영업방식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게 쉐이크쉑 미국 본사는 이러한 상황을 '쉐이크쉑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경험'으로 간주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며 먹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뿐 아니라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등 쉐이크쉑이 진출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다른 대기방법 없이 2시간 이상의 '긴 줄'이 연출되고 있다.

쉐이크쉑은 미국 측이 가맹 본사, SPC그룹은 가맹 파트너사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치즈와 번(빵), 패티 등 식재료뿐 아니라 미국 매장과 동일한 메뉴, 콘셉트 등을 들여오기로 계약했다. 쉐이크쉑의 국내 독점 라이선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운영 권한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이는 조인트벤처(합자회사) 형태로 시작한 배스킨라빈스나 던킨도너츠와는 다른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쉐이크쉑에서는 긴 줄을 기다리며 햄버거를 먹는 상황을 일종의 '놀이'로 생각하고, 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찌는 듯한 무더위에 몇 시간을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 만큼 혹시 모를 사고를 걱정하는 운영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