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세계 1위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의사들에게 뒷돈을 주다 적발됐다. 앞서 중국에서는 또 다른 상위 제약사인 글로벌스미스클라인(GSK)이 불법 리베이트를 일삼은 것이 드러났다. 앞에선 '공정거래' '윤리경영'을 내세워 평판 좋은 회사로 꼽혀왔지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10일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가 자사 제품을 써달라며 국내 의사 수십명에게 25억9000만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노바티스는 세계 1위 제약사인 스위스에 본사를 둔 노바티스의 한국법인이다.

이런 사실을 적발한 서울서부지검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한국노바티스와 대표이사, 전·현직 임원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의약전문지·학술지 대표 6명과 리베이트를 챙긴 의사 1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리베이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의약전문지나 학술지 발행업체의 학술행사를 빙자해 행사에 초대받은 의사들에게 30만∼50만원씩 챙겨줬다. 또 자문위원료나 원고료 등으로 100만원씩을 건네기도 했다.

의사들을 이들 전문지의 해외학회 취재를 위한 객원기자로 위촉한 뒤 1인당 400만~700만원 상당을 학회 참가 경비로 지원했다.

2010년 11월 뒷돈을 준 제약사와 받은 의사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다. 

한국노바티스는 쌍벌제 전인 2006년 8월부터 2009년 3월 사이에도 의사들에게 71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3억50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의약품 거래질서 확립에 앞장서겠다던 다국적 제약사도 불법 리베이트 제공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리베이트 단속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위 글로벌 제약사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6위 제약사인 영국계 GSK는 중국에서 4960억원(30억 위안)에 달하는 뒷돈을 의사와 변호사, 공무원에게 제공한 것이 2013년 밝혀져 비난을 받았다.

중국 공안에 따르면 GSK는 2007년부터 6년간 700여개가 넘는 여행사와 자문회사를 이용해 30억 위안을 세탁해 리베이트로 건넸다. 성상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인 2014년 중국 당국은 GSK에 30억 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2012년 중국 등에서 정부 관료와 의사 등에게 뇌물을 준 일이 적발돼 미국에서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으로 4100만 달러(451억원)의 벌금을 냈다. 화이자는 노바티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매출이 높은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