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밴드 트랜스픽션, 15년 만에 다시 '처음'에 서다
2016-08-08 17:50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화려한 시작도 있고 다소 미지근한 시작도 있을 것이다. 밴드 트랜스픽션의 시작은 마음에 쏙 들진 않았지만 화려했고, 또 강렬했다. 지난 15년간 몇 번의 분기점에 섰던 트랜스픽션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100% 만족할 순 없을지 몰라도 최선의 수다.
"데뷔 때는 센 음악을 하지 않았어요. '내게 돌아와'는 트렌디한 음악이었죠. 이후 월드컵 응원가 같은 걸 하면서 초기랑 조금 다르게 갔던 건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고 했어요. '알로하'의 초반 기타 리프가 '내게 돌아와'랑 살짝 비슷해요. 일부러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죠."(해랑)
트랜스픽션은 최근 여름을 겨냥한 시즌송 '알로하'를 발매했다. 록밴드가 여름 시즌송을 발매하는 건 그리 흔치 않은 경우다. 트랜스픽션도 '알로하'를 꼭 발매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폐기할 뻔한 적도 있는데 '올해는 꼭 내야 한다'는 마음에 작업해 내게 됐다. 지난해부터 시기를 봤는데 가을, 겨울에 낼 수는 없는 멜로디라 올 여름 빛을 보게 됐다. 교통사고로 보컬 해랑의 쇄골뼈가 부러지는 상황 속에서도 앨범 발매를 강행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차트 위주의 음원시장에서 신곡을 발매하는 록밴드의 심경이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있을까. 정규앨범을 내는 게 자기만족이 된 시대, '알로하'는 대중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트랜스픽션의 노력이다.
고민이 많았던 신곡인 만큼 각자 생각하는 '킬링 파트'도 달랐다. 해랑의 표현에 따르면 "탄산음료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노래의 킬링 파트는 2절이 끝나고 멜로디가 전환되는 부분이다. 브릿지가 넘어가며 하와이 인사들이 쏟아지는 데 "그 부분이 제일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랑은 말했다.
고민 끝에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한 이들의 의지는 노래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대중이 사랑했던 트랜스픽션의 음악들을 떠올리게 하는 기타 리프와 절제한 듯 하면서도 힘이 있는 멜로디가 그렇다. 만드는 이는 고민이 많아도 듣는 이는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면 되는, 사실 그런 곡을 만들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더 이상 새로운 록스타가 나오지 않는 시대. 록밴드로서 고민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도 2000년대 초반 이후 새롭게 등장하는 록스타를 찾기 어려운 건 록을 하는 이들의 현상황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더 고민하고 노력하는 트랜스픽션은 올 여름은 '알로하' 활동과 페스티벌을 통해 팬들과 교감할 예정이다. 어두울 때도 열정을 꺾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게 진짜 '록스피릿'일지 모르겠다.
"음악을 17년 정도를 했어요. 주류 음악이 바뀌는 건 이제 낯선 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음악의 흐름이 바뀌는 걸 보는 것도, 그런 변화하는 흐름 사이에서 계속 록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밴드가 빛을 보는 시기는 아니지만 어쩌면 또 지금이 록밴드가 활동하기 좋은 시대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하고요. 저변을 다지며 또 좋은 시기를 기다려야죠. 음악은 돌고 도니까요."(전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