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충청의 적자" 與 천안 합동연설회, 중원 향한 '구애' 눈길

2016-08-05 19:25

▲ 5일 충북 천안 유관순체육관 앞에서 각 후보자 선거운동원들이 율동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경 기자]


(아주경제=천안) 이수경 기자 = # 낮 최고기온 33도. 5일 충남 천안 유관순 체육관 앞은 조금만 돌아다녀도 땀이 났다. 입구부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천막 부스가 줄줄이 들어서 있었다. 어디선가 영화 내 선거운동 장면에 쓰였던 '봄바스틱'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선글라스를 끼거나 모자를 쓴 운동원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후보자의 이름을 외치며 춤을 췄다.

이날 천안에서는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후보자 충청권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충청도는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던 곳이다. 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충청도가 당을 살린다"며 중원의 표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 "내가 적자" 후보자마다 '충청도'와의 인연 강조…캐스팅보트 '중원'에 구애

객석에서는 각 후보자들의 이름이 쓰인 손피켓과 사진, 플래카드 등이 등장했다. 호남 유세와 달리, 충청 출신 후보자들에 대한 응원단 규모가 유독 눈에 띄었다. 후보자들도 본인과 충청도의 인연을 강조하기에 바빴다.

당 대표로서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4선의 비박(비박근혜)계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은 "이 고장 출신 정진석 원내대표의 인기가 대단하던데 많이 부럽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친구라서 믿고 나왔는데 좀 도와달라"면서 "정 원내대표와 손잡고 당을 바로 세우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친박(친박근혜)계 후보인 이정현(전남 순천) 의원은 연설을 시작하며 "여기 오기 전 아산 현충사에 들러 참배를 하고 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충무공 이순신께서 저에게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돌아가서 새누리당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전해라'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여러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말해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충청도가 고향인 최고위원 후보 정용기(대전 대덕), 이장우(대전 동구), 최연혜(비례) 의원, 유창수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은 충청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정 의원은 "아버지의 고향은 충북 옥천이고 어머니는 충북 보은, 저는 대전 동구와 중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서 "한마디로 충청의 적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최 의원은 고향집 주소를 읊으며 자신을 '충청의 딸'이라고 칭했다. 이어 "충청은 이제 행정의 중심에서 정치 중심지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충청이 동서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국민 통합을 선도하는 주력 지도세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 선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지지자의 환호 속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비박 단일화 둘러싸고 거세진 친박 VS 비박 신경전

이날 연설회에서도 여전히 친박과 비박 간 신경전은 거셌다. 특히 비박 후보 단일화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친박 후보들은 공세를 이어갔다.

기호 2번인 5선의 이주영(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이 등장하자, 북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지지자들은 '이제는 2이다'라는 손피켓을 들었다.

이 의원은 비박 단일화를 겨냥해 "2차 단일화 쇼"라며 "계파 승리만을 위한 '대국민 '막장 드라마'라고 비난했다. "계파 단일화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 그는 누군가"라며 김무성 전 대표도 비난했다.

연설회 직후, 단일화 결과 발표에 앞서 이 의원은 먼저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또 다른 비박 패권주의"라고 꼬집었다.

그는 "1, 2차 단일화 흥행효과를 누리면서 비박계 대표가 되려는 후보나, 이를 뒤에서 조정하는 김무성 전 대표도 반 혁신의 행보를 올스톱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김 전 대표는 비박계 수장이 아니라 하나된 새누리당의 중요한 대선 후보임을 명심하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비박계 단일화 결과, 주호영 의원이 5선의 정병국(경기 여주·양평) 의원을 누르고 최종 단일후보가 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주 의원은 단일화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와 비판에 "평가 자체는 당원이나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전혀 입장이나 견해를 달리하는 세력들이 단일화를 하는 것은 정치공학적 단일화나 야합이라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한 후보가 유권자나 대의원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라며, "그렇지 않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명백히 하기 위한 단일화는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