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호무역주의를 준비하자]철강부터 문화콘텐츠까지… 무역압박 강도 높이는 신흥국들

2016-08-01 06:00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선진국을 비롯 신흥국까지 각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철강 등 기존 무체물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제소에서 무형자산인 문화콘텐츠와 특허 등 지적재산권 갈등 등으로 확대되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삼성과 LG가 세탁기를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며 중국산 삼성전자 가정용 세탁기에 반덤핑 예비관세 111%, LG전자에는 49%를 각각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번 예비판정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를 겨냥해 반덤핑 제소를 하면서 시작됐다. 월풀은 지난 2012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한국산 냉장고와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한 바 있다. 중국 하이얼의 GE 가전 부문 인수로 미국 가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자국 시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월풀은 생존을 위해 사실상 미 정부의 보호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특허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 화훼이의 움직임은 기존 업체간 다툼이었던 지적재산권 갈등이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편승해 국가간 갈등으로 번질 것임을 예감한다. 화웨이는 지난 5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의 4세대 이동통신 표준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맞소송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후광을 업고 있는 화훼이는 삼성전자와의 대결을 통해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 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위해 자사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압박하가 위해 통상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규제 또한 강화하고 있다. 중국 문화콘텐츠 주관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廣電總局))은 지난 6월 20일 ‘방송 프로그램의 독립·혁신을 제고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규제를 통해 중국 내 모든 위성 방송국들은 해외에서 판권을 구입·제작한 프로그램의 황금시간대(오후 7시30분~10시30분) 방영을 1년에 2편으로 제한받게 된다. 새로 방송하는 외국 판권 기반의 프로그램은 1개로 제한되며, 수입한 첫 해에는 황금시간대 방송도 금지됐다.

현재 중국에서는 런닝맨과 아빠 어디가, 나는 가수다 등 한국으로부터 판권을 수입한 한류 예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중국의 콘텐츠 수입규제로 국내 콘텐츠 수출업체들의 타격은 물론 한류 붐도 위협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국내 관광 및 제품판매에 한류가 큰 역할을 해온 만큼 이는 수출 및 관광사업에 있어서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 큰 문제는 미국과 중국 정부와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보호무역 정책 기조가 제3국들로 확산되면 우리 기업들은 주요 시장, 또는 신흥 시장에서 통상 장벽에 가로막힐 것이라는 것이 우려스럽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반덤핑·상계관세 등 유체물에 한정됐던 각국 정부의 자국시장 접금 방어막이 콘텐츠와 지적재산권들으로 확대되는 한편 수단도 고도화 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책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무역협정과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이 추구하는 차별없는 자유무역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