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넥슨 지분, 상장 후 조세회피처 유럽법인에 대거 이동

2016-07-27 07:21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넥슨 일본법인이 2011년 상장 후 잦은 손바뀜을 거쳐 주요 주주가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나 조세회피처의 역외펀드로 대거 채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주회사 엔엑스씨(NXC)의 보유 지분은 대폭 줄고 유럽 해외 법인 소유 지분이 급격하게 늘었다.

27일 재벌닷컴이 넥슨 일본법인의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넥슨그룹 지주사인 엔엑스씨(NXC)가 보유한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은 올해 3월 기준 38.61%로 지난 2012년 9월의 54.36%보다 15.75%포인트나 낮아졌다. 반면 넥슨그룹의 유럽법인인 'NXMH B.V.B.A'가 보유한 지분은 같은 기간 8.92%에서 19.26%로 무려 10.34%포인트 높아졌다.

넥슨그룹이 보유한 넥슨 일본법인의 전체적인 우호 지분은 60%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엔엑스씨가 보유하던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이 상당 부분 'NXMH B.V.B.A'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및 컨설팅 전문회사 NXMH B.V.B.A는 김정주 회장과 아내 유정현 이사가 70%가량의 지분을 소유한 엔엑스씨가 100% 출자한 역외법인이다. 따라서 사실상 김 회장 부부의 회사나 다름없다. 자산총액은 2009년 134억원에서 작년 말 1조5377억원으로 6년 만에 115배로 불어났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넥슨 일본법인의 1조5000억원대에 달하는 주식 자산이 주식 매매로 대거 계열 역외펀드 등으로 이동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NXMH B.V.B.A의 자본금은 2009년에는 133억원에 불과했으나 넥슨 일본법인의 주식을 대거 매집하기 시작한 2012년 말에는 8534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NXMH B.V.B.A의 주소는 2009년까지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네덜란드에 있다가 그 이후 벨기에로 변경됐다. 넥슨 일본법인은 2014년과 작년에 연간 주당 10엔씩의 현금배당을 했다. 따라서 NXMH B.V.B.A는 2년간 배당금으로만 167억여원을 챙겼다.

NXMH B.V.B.A는 현재 홍콩에 있는 전자상거래 회사인 'BrickLink'와 'NXMH LLC'(미국), 'NXMH AS'(노르웨이)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유아용품과 가구 제조·판매업체인 노르웨이의 'Stokke AS' 인수를 통해 17개 손자회사도 지배하고 있다.

또 넥슨 일본법인의 주주 명단에 'CBHK-KOREA SECURITIES DEPOSITORY-SAMSUNG'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된 주주는 삼성증권이 한국예탁결제원에 의뢰해 씨티은행 홍콩지점(상임대리인)에 개설된 계좌로, 3월 말 현재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 4.75%를 보유하고 있었다.

실질 소유주는 알기 어렵지만 검은 머리 외국인인 셈이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3000억원에 육박한다.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 0.94%를 보유해 10대 주주 명단에 오른 'CBNY-ORBIS FUNDS'는 카리브해 지역의 조세회피처 중 하나인 버뮤다에 주소를 두고 있다.

넥슨그룹은 3월 말 현재 국내 법인 17개, 해외법인 38개 등 55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연결 총자산은 4조9840억원, 매출은 1조9485억원이었다.

이들 국내외 계열사는 지주회사인 엔엑스씨를 정점으로 자회사와 손자회사 관계로 얽혀 있다. 엔엑스씨는 김정주 회장 48.5%, 부인 유정현 이사 21.15% 등 김 회장 부부가 6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