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차량경량화 사업 전진기지…현대제철 울산공장을 가다

2016-07-26 14:30
국내 유일 3대 공법 설비 보유…현대자동차와의 EVI 통해 시너지 효과 창출

현대제철 울산공장의 전경.[사진=현대제철 제공]

(아주경제=울산) 김봉철 기자 = “울산공장은 현대제철의 테크니컬(Technical) 헤드쿼터(Headquarter)라고 보시면 됩니다.”

울산공장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요청에 김윤구 현대제철 자동차부품기술팀 부장은 이같이 답했다.

찜통 더위와 높은 습도로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르던 25일 현대제철 울산공장을 찾았다. 서울과 달리 울산역에 내리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금방 폭우가 쏟아졌다.

울산역에서 자동차로 40여분을 달려 울산광역시 북구 염포로에 위치한 공장에 들어서 강관 더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궂은 날씨로 인해 한적한 야드에 다양한 굵기의 강관들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7만7000평(25만4231㎡) 대지에 자리 잡은 울산공장은 1509명(협력사 포함)의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원래 울산공장은 냉연과 강관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했던 현대하이스코 소속이었다. 하이스코의 전신은 아예 회사명이 현대강관이었을 정도로 소위 ‘파이프’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다. 지금도 연간 75만t에 달하는 강관을 생산하고 있다.

이후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1일, 하이스코를 최종 흡수합병하면서 울산공장도 현대제철로 편입됐다.

이 때부터 회사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주력 생산 제품도 바뀌었다. 울산공장이 자동차 경량화 사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근 자동차의 연비에서 촉발된 경량화 문제는 전기, 수소 등 연료 이슈와 더불어 자동차 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강도와 경량이라는 반비례적인 개념을 모두 만족시키는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연구 붐이 일었고, 그 결과로 핫 스탬핑(Hot-Stamping)이라는 공법이 탄생했다.

핫 스탬핑은 60K급 강판을 900℃ 이상으로 가열 후, 금형 내에서 성형과 동시에 급냉각해 150K급 초고강도 부품으로 소재의 성질을 바꾸는 공법이다. 핫 스탬핑 부품은 무게는 29.1%(8.8㎏->6.2㎏)으로 줄이면서도 강도는 세 배나 뛰어나다.

특히 울산공장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이른바 자동차 부품 경량화의 ‘3대 공법’이라고 불리는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공장은 핫 스탬핑 3기를 비롯해 TWB(Tailor Welded Blanks) 4기, 하이드로포밍(Hydro-Forming) 2기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장은 “3가지 공법 다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하다”면서 “여기에 소재가 되는 강관까지 있는 울산공장은 현대제철의 자동차 부품 관련 기술력이 집대성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주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도 강점이다. 현대차와의 개발 단계부터의 EVI(고객맞춤활동)를 통해 맞춤형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울산공장에서 실험 단계와 각종 평가를 거친 자동차 부품들은 충남 예산 공장에서 대량 양산체제에 돌입한다. 김 부장이 울산공장을 ‘테크니컬 헤드쿼터(기술 본부)’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용광로가 있는 당진제철소의 ‘소재 조달’, 울산공장의 ‘기술 개발’, 예산공장의 ‘양산 체제’ 등 각기 다른 역할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멈추지 않고 현대제철은 충남 예산의 예산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1공장의 유휴부지 약 2만평에 대한 활용 검토를 마치고 차량 경량화에 미래 성장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제철은 향후 설비증설과 공법개발 등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경량화 사업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차량경량화 부문에 대해 소재의 중요성이 높은 사업인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선제적 강종 개발 등을 통해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품질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주요 사업부문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울산공장에서 핫 스탬핑 공법으로 자동차 부품이 생산되고 있다.[사진=현대제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