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19년간 강제노역한 지적장애인 '만득이' 고모씨(47)의 머리와 등에 상처가 있으며 이는 외부의 힘에 의한 것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20일 고씨가 청주 오창 김모씨(68) 축사에서 강제노역하는 동안 가혹행위를 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날 의료기관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고씨 머리와 등에 외력에 의한 상처가 보인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농사일 등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일 가능성이 있지만 김씨 부부의 폭행 등 가혹행위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고씨는 경찰에 발견돼 축사에서 빠져나온 지난 14일 이후 경찰 조사나 친지에게 줄곧 김씨 부부에게 매를 맞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측은 고씨 몸에 난 상처가 폭행 등에 의한 것으로 단정 짓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의료진은 고씨가 일하던 중 농기계를 다루다가 다쳤다고 진술한 오른쪽 발목 10㎝가량 크기의 봉합한 수술 자국도 정밀 검진한 뒤 "오래전 병원에서 치료한 흔적이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고씨는 농장주 김씨 가족 명의의 의료보험으로 수술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고씨의 지적 수준과 관련해서는 사회와 장기간 격리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됐다.

현재 고씨는 오창 축사 이야기가 나오면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일상적 대화는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씨에 대한 심리 상담 치료를 지속할 예정이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농장주 김씨 부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고씨는 19년 전인 1997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의 농장장으로 왔고, 이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작년까지 소 100마리가량을 기르는 등 강제노역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밤 축사에서 도망쳤고 경찰에 발견돼 가족 품에 돌아갔다.